현대제철, 2월 현대차와 車강판가격 협상 '톤당 13만원'조선업계, 후판價 추가 인상 여부에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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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조선과 자동차업계 부담이 올해 더 가중될 전망이다. 철강사들이 원료가격 급등에 따라 제품가격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격인상분을 바로 적용할 수 없는 조선과 자동차업계는 인상폭을 최대한 줄이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철강업체와 조선-자동차업체간 생존을 위한 가격협상이 이번달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은 우선 지난해 조선용 후판 가격을 톤당 5만원 정도 인상했다. 조선사들이 시황 부진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미뤄왔지만 석탄 등 원료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결국 올리게 됐다.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현대제철은 2월 현대차와 가격 협상에서 지난해 반영하지 못한 원가 인상분을 이번에 꼭 적용시킬 것이라는 방침이다.

     

    ◇ 철강사, 車강판가격 인상 불가피...2월말부터 인상분 적용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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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사들이 가격 인상을 고수하는 이유는 바로 지난해 4분기부터 급등한 원료가격때문이다. 지난 1월 중순 중국의 호주산 철광석 수입현물가격은 톤당 83.6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기록했던 2016년 최고가격을 넘어선 것으로, 올해 들어서도 철광석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철강사들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해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을 미뤄왔지만, 이제는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달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따라서 2월부터 현대차와 차강판 가격 협상에 들어가는 현대제철은 가격 인상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임에도 더 이상 버티기에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25일 열린 현대제철 2016년 기업설명회에서도 이같은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영환 현대제철 부사장은 "현대하이스코 시절부터 현대차와 유지해온 가격협상 공식이 있다"며 "2월부터 본격적인 가격협상에 들어가 2월말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자동차강판 가격은 지난 2015년 12월, 톤당 8만원 인하한 이후 현재까지 변동없이 가격을 유지해 오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 당시 철광석 및 원료탄 가격과 현재 가격 수준을 비교해보면 톤당 13만원 전후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며 “이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 역시 1분기에 철강재 제품에 원료가격 인상분을 방영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협상이 지연되고 있어 쉽지 않다는 점을 역설했다.

     

    ◇ 조선용 후판價 추가 인상에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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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중공업

    국내 철강사들이 조선용 후판가격 추가 인상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8월 톤당 5만원 인상에 성공한 철강사들은 일단 원가 부담에 대한 급한 불은 끈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원료가격 급등분을 언제 적용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업황 불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장 후판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입산 후판가격 상승과 최근 일본 신닛데츠스미킨(신일본제철주금) 오이타 후판공장 화재사고로 일본산 수입이 어렵다는 점은 국내 철강사들에게 충분한 인상 요인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조선사들에게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철강사들이 원가부담을 지고 있는 만큼 양측이 충분히 조율해 인상폭을 정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 조선·자동차, 어려운 사정 들며 철강價 인상폭 최소화 노력

     

    조선과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했다. 수주절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조선업계는 이에 따른 업황 불황으로 사상 최저 수주실적을 나타냈다. 현재 업계 내에서는 도크 폐쇄, 인력 감축 등 강력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국내 조선사들은 추가적인 후판가격 인상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올해도 수주절벽 지속이 예상되는 가운데 후판가격마저 더 올린다면 엎친데 덮친격이 될 수 있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또한 사정이 별로 좋지 못하다. 국내 최대 완성차 제조사인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8.3% 감소한 5조1935억원에 그쳤다. 파업과 환율 영향 탓에 2010년 이후 6년만에 영업이익이 5조원대로 떨어졌다.

     

    올해 재도약을 꿈꾸는 자동차업계는 자동차강판가격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485만7933대를 기록했다. 중형차 한대당 0.9톤의 철강재가 쓰인다고 볼 때, 톤당 10만원을 올리면 지난해 판매기준으로 약 4372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게 된다.

     

    더군다나 철강사들이 올해 2월 인상 이후 하반기에 다시 한번 인상에 나선다면 연간 약 1조원에 달하는 원가 상승 요인이 생길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는 이러한 원가상승분이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철강사들 역시 국내 완성차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가격 협상을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협상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