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부 학자금대출 등을 비하하는 학점은행제 교육과정 운영 기관이 정작 금리가 높은 금융권 대출 등을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 정부 학자금대출 등을 비하하는 학점은행제 교육과정 운영 기관이 정작 금리가 높은 금융권 대출 등을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학점은행제 과정을 운영 중인 직업전문학교 등이 정부 학자금대출을 비하하거나 잘못된 정보 등을 제공하며 수강생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학자금대출 금리보다 높은 금융권 대출 상품을 마치 좋은 혜택을 지원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무이자 지원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조건 등을 내세우기도 했다.

    13일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등에 따르면 학은제는 고졸 이상 학력을 가진 이들이 일정 수준의 학점을 취득하면 전문 또는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제도로 현재 대학부설 평생교육원, 학원, 직업훈련기관 등 520개 기관에서 관련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다.

    4년제 대학 및 전문대 재학생은 한국장학재단을 통한 정부 학자금대출(연 금리 2.5%, 거치 10년·상환 10년)로 학비 조달이 가능하다. 학은제 수강생의 경우 정부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학기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수강료는 은행 대출로 마련하는 방안이 있다.

    2012년 한국학점은행평생교육협의회는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과 협약(MOU)을 맺으면서 학은제 수강에 따른 학비를 금융권 대출을 통해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하나은행 '새희망홀씨II'로 학은제 대출이 진행되고 있으며 연 금리는 6.90%, 최대 대출액은 2500만원이다. 다만 은행 심사에 따라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하나은행을 통한 대출 외에도 학은제 기관별로 인근 시중 은행 지점과 제휴를 통해, 수강료 대출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학은제 운영 기관은 잘못된 정보 등을 제공하며 수강생 모집을 진행 중이다.

    학교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서울호텔관광직업전문학교(서호관)는 '졸업을 해도 학자금대출을 갚기 위해 자신의 꿈을 좇기 보다 취업을 해야만 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학자금대출 제도를 부정적으로 소개했다.

    반면 학교측이 안내하는 금융권 학비 대출은 연금리 4.3%, 1년 만기 상품이다. 일반대학의 학자금대출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정작 상환 기간이 짧고,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대출을 소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JAC인천중앙직업전문학교의 학기당 등록금은 4년제 대학보다 다소 낮은 약 300만원으로, 정부 학자금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새희망홀씨 대출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 4년제, 전문대를 졸업해도 취업이 잘 되지 않아 직업전문학교로 U턴하는 현상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 정작 정부 학자금대출보다 자신들이 안내하는 대출 상품 금리가 높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었다.

    서울직업전문학교는 학교 추천서 발급으로 수강료의 절반 가량을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학교가 안내한 은행으로 확인해보니 연 금리는 2.69%로 새희망홀씨II보다 낮았지만 한 학기 대출만 가능했고, 매학기 가능 여부 등에 대해선 확답을 피했다.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라인원격평생교육원 등은 '무이자'를 내세웠다. 서울호서가 밝힌 무이자 학자금대출은 저소득자를 위한 은행 대출로, 합격한 후에야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애매한 조건을 내놓았다.

    라인평교원 측은 포털 키워드 광고를 진행하면서 '학점은행제무이자' 문구를 포함시켰다. 확인 결과 해당 문구는 카드사 무이자 할부로, 자칫 학자금대출 무이자 지원으로 착각할 수 있는 부분을 제공했다.

    학은제에서 강조하는 학자금대출은 한국장학재단 일반상환대출보다 금리가 높거나, 상환 기간이 4분의 1 이하로 짧다.

    특히 직장인이 아닌 학은제 수강생은 부모 신용도에 따라 대출 한도 등이 결정되며, 은행 심사 결과가 수강료 납부 여부를 좌우한다.

    이 같은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잘못 안내한 학은제 운영기관 중 일부는 취재가 진행되자 관련 글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숨기기 급급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 소외자에 대한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학은제의 취지인데, 일부 교육기관이 학자금대출 등으로 자신들을 부각시키려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