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보유 컨테이너선 싼 값에 풀려, 조선업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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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조선업계가 한진해운 파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컨테이너선이 싼 값에 시장에 풀리면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라인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1만4천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 가운데 일부 인도 시기를 올해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

    2015년 7월 머스크라인으로부터 현대중공업은 컨테이너선 9척을 11억 달러에 수주한 바 있다. 이들 선박은 올해 중 인도될 예정이었지만 절반 가량이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지연은 선박 공급과잉으로 선박 대금을 치르고 새 배를 받는 것이 아닌, 이용료를 내고 배를 빌려 쓰는 용선이 더 경제적이라는 부분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억76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머스크라인은 자금 소요를 최대한 줄이고 있으며, 올해 2월 머스크라인 모회사인 APMM은 1만4천TEU급 선박 인도를 2018년까지 미뤄 자본지출(CAPEX)을 1년간 줄이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를 미룬 머스크라인은 한진해운이 운영했던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영국 해운전문 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법정관리 직전 한진해운이 운영한 컨테이너선 98척 중 31척은 경쟁선사가 용선, 머스크가 11척을 운영하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은 새 배를 구입하는 것보다 싼 값에 용선하면서 발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8천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금액은 지난해 5억 달러로, 2015년 160억 달러에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5억 달러 규모의 발주가 이뤄진 뒤, 올해 1월까지 신규 발주가 없었고 조선업체는 발주처의 인도 지연에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도 지연 시 일부 대금을 미리 지불하거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데, 머스크라인은 선박 인도를 지연하면서 현대중공업에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드류리는 조선소의 취약한 입지로 선사에 더 유리하게 맞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