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수집, 증거능력 인정할 수 없는 '독수독과' 재판 중요 쟁점으로 떠올라"법조계, '무죄방면-집행유예' 무게…혐의 입증 쉽지 않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 준비절차가 시작되면서 향후 재판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법조계에서는 결정적 증거로 지목되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이 증거능력 논란에 휩싸인 만큼 무죄방면이나 집행유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법원이 2차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발부한게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이재용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다. 공판준비기일은 본 재판에 앞서 혐의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과 변호인 측의 입장을 듣고 증거와 증인 신청 등 이후 재판에 대한 절차를 논의하는 자리다.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에 대한 법정 출석 의무가 없어 이재용 부회장의 출석은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영훈 부장판사가 담당한다. 법원은 이 부회장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적시처리 중요사건'으로 지정하고 빠른 심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1심 선고는 기소일로부터 3개월 안에 이뤄져야한다는 특검법에 의거해 5월 안에는 내려질 전망이다. 특검은 지난달 28일 이 부회장을 기소한 바 있다.1심에서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될 경우 이 부회장은 곧바로 석방된다. 다만 특검이 제기한 쟁점이 방대해 심리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구속기소 피고인의 경우 통상 2개월까지 구속할 수 있지만 심리 일정에 따라 두 차례 연장할 수 있어 이 부회장은 최대 6개월까지 구속될 수 있다.이번 재판은 뇌물혐의 입증을 둘러싼 특검과 삼성의 치열한 법리공방으로 예상된다. 특검이 이번 사건을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사건'이라 규정한 만큼 뇌물혐의를 둘러싼 여러 쟁점들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공모해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최소 8549억원의 부당 이득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혜택을 받았다는 논리다.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형법상 형량은 최대 징역 5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로 가벼운 편이지만, 함께 적용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재산국외도피)에 대한 형량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무겁다.삼성은 특검이 주장하는 뇌물공여 혐의가 강요와 협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삼성물산 합병 비율을 조정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시행령(제176조의 5)'에 근거해 합병비율을 산출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삼성물산 순환출자 해소 특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의혹,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 로비 의혹 등에는 "특혜설과 의혹 전부 사실과 다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안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앞서 구속영장 실질심사의 결정적 쟁점으로 지목됐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둘러싼 독수독과 논란도 재판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수독과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발결된 제2차 증거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이다.안 전 수석 측이 수첩의 증거 능력에 동의하지 않아 수첩 내용은 재판에서 유무죄 판단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특검이 주장하는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허무하게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원이 수첩의 증거 능력을 부인할 경우 수첩에 적힌 모든 내용과 특검이 진행했던 관련 수사 모두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통상 형사재판은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따라서 독수독과 원칙에 대한 잣대도 엄격하다. 수첩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경우 특검의 부정청탁 및 대가성 논리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