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혐의 입증 둘러싼 '특검-삼성' 치열한 법리공방 예고"특검 주장 정면 반박…강요 및 협박 따른 출연 '억울함' 호소"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무죄를 가를 재판의 첫 준비절차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뇌물 혐의 입증을 둘러싼 특검과 삼성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오는 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공판준비기일은 본 재판에 앞서 혐의에 대한 양측의 입장과 증인 등을 결정하는 절차다.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영훈 부장판사가 담당한다. 무작위 전산배당 시스템으로 배당된 형사합의 21부 조의연 부장판사가 재배당을 요구해 논의를 거쳐 형사합의33부로 결정됐다. 이영훈 부장판사는 실무에 정통한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특검은 이번 사건을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사건'이라 규정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공모해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최소 8549억원의 부당 이득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혜택을 받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이다. 

    특검은 혐의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 등과 공모해 자신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며 "그 과정에서 외환거래법을 위반해 삼성전자 자금을 국외로 반출했다. 뇌물수수 및 업무상횡령으로 인한 범죄수식의 발생 원인 및 처분에 관한 사실도 위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뇌물공여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코어스포츠에 승마훈련을 위한 용역비, 말 구입 비용 등에 대한 지급을 약속했다"면서 "약속 이행을 위한 용역비 명목으로 36억3484만원을 실제 지급하고 추가로 77억9735만원의 뇌물을 공여했다"고 꼬집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비핵심 계열사에 대한 매각 및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을 통한 상속세 재원 마련 ▲합병비율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조정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시 삼성물산 의견권 손실을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중간금융지주사 설립,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투자 유치 및 환경규제 관련 지원 추진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 삼성, 특검 주장 정면 반박…무죄 입증 사활

    삼성은 판사 출신인 송우철, 문강배 변호사 등 법무법인 태평양과 함께 대구지검장, 대법원장 비서실장, 부산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내세워 무죄 입증에 집중한다. 앞서 진행된 특검 수사,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뇌물공여 혐의가 재판의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특검이 제시한 433억원이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 아닌 강요와 협박에 의한 출연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최 씨에 대한 지원 역시 강요에 따른 출연일 뿐 대가를 염두한 뇌물이나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삼성물산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조정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이다. 삼성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76조의 5)에 따라 합병비율을 산출했다는 사실을 적극 호소할 계획이다.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임의로 산정한 수치가 아닌 현행법에 근거한 비율이라는 설명이다.

    삼성물산 순환출자 해소 특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의혹 등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최초 주식 1000만주를 처분했다가 최종 500만주 처분을 지시한 것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도 "공정위의 유권해석에 대해 이견이 있었고 협의를 거쳐 결과가 도출됐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추진시키기 위해 관련 부처에 로비했다는 혐의에도 "지난해 초 금융위와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질의한 바는 있으나, 금융위가 부정적 반응이어서 이를 철회했다. 금융지주회사는 중간금융지주회사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는 주장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도 논란이 된 뇌물공여 혐의가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뇌물죄로 규정하는 기본 틀이 잘못됐기 때문에 유죄 판결이 쉽지 않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공정위 실무진의 업무일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승일 전 K스포츠 부장의 진술 역시 결정적 증거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 대해서는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독수독과 원칙에 따라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게 중론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를 보면 뇌물혐의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근거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서 나오는 것 같다"며 "법원이 안 전 수석의 수첩을 핵심 증거로 채택하느냐가 재판의 결과를 결정할 수 있다. 독수독과 원칙에 따라 수첩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경우 재판은 허무하게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