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주장 '진술-비진술증거' 서증조사서 결정정 증거 없어"재판부, 사실관계 불필요한 언급 말아 달라 지적 잇따라""경영권 승계 및 부정 청탁 놓고…감정 앞세운 '설전' 눈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0차 공판이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서증조사가 28일 9차 공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공소사실에 대한 모두절차로 진행된 1차 공판을 제외하면 여덟 번의 공판이 서증조사로 진행된 셈이다. 특검은 통상적인 형사재판과 비교해 4배 많은 시간을 서증조사에 할애했다. 

    하지만 다섯 번의 진술증거와 세 번의 비진술증거 서증조사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수 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증거는 뇌물공여 등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검이 감정을 앞세운 의혹제기식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 역시 특검에 "객관적인 부분만 압축해서 말하라.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불필요한 언급은 말아 달라. 증거조사 과정에서는 증거를 이해하는 한도에서만 의견을 개진하라"고 서증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공판이 진행될수록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증인신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앞서 진술·비진술증거에 대한 서증조사에서 다뤄진 주요 쟁점들을 되짚어본다.

    ◆ 끝나지 않는 승마지원 공방…'청탁성 대가' vs '강요'

    특검과 변호인단은 2차·8차 공판에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지원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특히 27일 열린 8차 공판에서는 최순실의 영향력을 인지한 시점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기본적으로 삼성이 정 씨를 지원하는 대가로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았다며 부정한 청탁에 의한 대가성 지원으로 보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승마지원 이전부터 최 씨의 영향력과 정 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강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이전까지 최 씨의 영향력을 알 수 없었고, 정 씨에 대한 승마지원 역시 강요에 의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특검은 사건 공동 피고인들의 피신조서, 대한승마협회 내부문건,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가 맺은 계약서, 박상진 승마협회장 문자메시지 등을 관련 증거로 제시했다. 특히 박 협회장의 문자메시지를 토대로 이 부회장과 삼성이 최 씨 모녀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이 최 씨 모녀를 인지한 시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특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여기에 정 씨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불러 질책한 사실을 강조하며, 박 전 대통령의 질책이 있은 뒤로는 최 씨의 요구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재단출연-메르스 행정처분' 둘러싼 대가관계 공방

    특검은 4차·7차 공판에서 삼성의 재단 출연을 둘러싼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및 메르스 행정처분과 관련해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대가 관계에 따른 출연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 증거로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피신조서, 청와대·기재부·문체부·전경련 관계자의 진술, 영재센터 내부 문서,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사저 부동산 매매계약서, 차명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제시했다.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은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출연이고, 영재센터에 대한 출연은 정유라에 대한 원포인트 지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영재센터와 관련해서는 사업계획서의 부실함, 삼성과 영재센터 직원이 주고 받은 이메일 등을 들어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했다.

    변호인단은 재단에 대한 출연은 전경련의 주도에 따른 적법한 출연이라 항변했다. 영재센터와 관련해서는 최 씨의 강요에 의해 후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원 자체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관련 감사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에는 청탁이 있었다면 청와대가 엄정한 감사를 지시할 이유가 없고 감사도 진행되지 않았어야 한다며 의혹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 삼성물산 '합병-순환출자' 의혹…'특혜 여부' 두고 설전 

    변호인단은 4차·7차 공판에서 제기된 삼성물산 합병 및 순환출자고리 해소 특혜 혐의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른 경영상 판단일 뿐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순환출자고리 해소 과정에서 주가 처분을 놓고 청와대가 공정위에 외압을 넣도록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주장에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공정위가 지난 2015년 10월 14일, 신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주식 처분 수를 1000만주로 결정해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청탁과 청와대의 지시로 인해 500만주로 최종 변경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초 가이드라인의 경우 공정위원장의 최종 결재까지 난 사안이지만, 삼성이 경제수석실 등에 불법 청탁을 하며 이를 뒤엎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로비와 청탁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내놓지도 않으며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삼성이 로비와 불법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내놓은 일부 증거들에 대해선 특검이 자의적 판단에 의해 추측성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공정위 처분에 대해서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갖고 있어 시정조치가 가능한데 마치 삼성이 정부의 행정명령을 불법적인 청탁으로 뒤짚은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한편 10차 공판부터 증인신문이 진행되면서 특검이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비춰 특검이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 못할 경우 공판 결과는 허무하게 결정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첫 번째 증인신문에는 삼성전자 승마단 소속으로 활동했던 승마선수 최준상 씨와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 부장이 출석한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이들을 상대로 승마지원 및 재단출연과 관련된 사안을 신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