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가운데 주요 대선 후보들이 '대학 입학금 폐지'를 공약을 내놓으면서 대학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학생 입장에서 입학금 폐지로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대학은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재정 지원이 없다면 학교 운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것이다.
8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7학년도 등록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4년제 대학 225개교(지역캠퍼스 포함)의 평균 입학금은 60만원으로 사립대와 국공립대는 각각 72만3천원, 14만5천원으로 5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가장 많은 입학금을 책정한 대학은 동국대(102만4천원)로 유일하게 100만원을 넘었다. 동국대에 이어 한국외대(99만8천원), 고려대·홍익대(99만6천원), 고려대 세종캠퍼스·인하대(99만2천원), 세종대(99만원), 연세대(98만5천원) 등의 순으로 입학금이 비쌌다.
80만~100만원대 입학금을 책정한 대학들 대부분은 수도권 소재 사립대였다.
반면 국공립대의 경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35만3천원), 인천대(25만원) 등 일부 학교만 높을 뿐 대부분 10만원대 입학금을 받았고 서울과학기술대(2만2천원), 한경대·한밭대(2만3천원), 한국교원대·광주과학기술원(0원) 등은 사립대와 비교하면 사실상 부담이 없는 수준이었다.
전체 대학 중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신입생이 높은 입학금을 납부한 셈이다.
이 가운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주요 대선 후보들은 입학금 부담과 관련해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입학금은 신입생 입학과 관련해 쓰인다고 볼 수 있지만 대학 측은 학생의 전체 재학 기간 중 필요한 비용 등을 책정하면서 그동안 사용처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대학 입학금과 관련해 교육부는 등록금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반면 학생, 시민단체는 폐지를 요구했고 지난해 10월 전국 대학생 9700여명은 입학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입학금이 폐지된다면 학생들에게는 그만큼 부담이 줄게 된다. 반면 대학 입장에서는 재정상 어려움을 피할 수 없어, 입학금 폐지 공약에 대해 좋지 못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수도권 소재 A대학 관계자는 "정부 지침이면 입학금을 폐지할 수 있다. 이에 학생들의 부담은 줄게 된다. 하지만 학교 부담은 커진다. 신입생 선발 후 투입되는 비용이 분명히 있고, 교비로만 운영된다면 행정 서비스 제공 등에서 어렵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B대학 측은 "대학이 재정 악화로 어렵다고 하면 엄살을 부린다고 보는데, 현재 대학들을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신입생이 4천명이라면 한 해 약 30억원의 입학금을 받는다. 입학금이 사라진다면 그만큼 수익이 줄게 된다.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재정 수입에서 입학금이 중요 비중을 차지하는데 표심을 위한 공약으로 보일 정도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의 경우 입학금이 없어진다면 그만큼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입학금 사용처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무조건 폐지된다면 대학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체 대학이 연간 입학금으로 약 5천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입학금 폐지를 위해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C대학 관계자는 "입학금 사용처에 대한 논란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무조건 없애라고 한다면 재정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확하게 어떻게 폐지할지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입학금 폐지는 많은 대학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현재 대학들은 버티기 어려울 실정이다. 숨통을 틔울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대학은 등록금 인상이 어려워 정부 재정지원 사업만 바라본다. 일정 부분 자율권을 주고, 입학금 폐지에 대한 국가보조금 등이 이뤄진다면 학생과 대학의 부담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