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시 행정 절차·의회 승인 등 논란 예상
  • ▲ 전북 남원 서남대 의과대학 건물. ⓒ연합뉴스
    ▲ 전북 남원 서남대 의과대학 건물. ⓒ연합뉴스


    서남대 인수를 놓고 삼육대·서울시립대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만약 시립대가 인수자로 선정될 경우 상당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서울시민 동의 및 행정 절차 이행, 시의회 승인까지의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남대 인수자 선정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달말쯤 결정된다. 앞서 삼육대는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165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고, 서울시립대도 1천억원을 투입한다는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학교법인 서남학원은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들 대학을 선정했다.

    현재 서남대 구성원은 인지도를 이유로 시립대를 지지하고 있으며, 최근 시립대 학생들은 이 같은 의견에 맞춰 인수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만약 시립대가 서남대 인수자로 결정된다면 대학 정상화  자금 투입 여부는 시의회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립대는 서울시 재정이 투입되는데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시립대의 서남대 인수 계획은 시의회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시의원실 관계자는 "서남대를 서울시립대가 인수한다면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이어 예산 편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법적 근거를 만들고,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 공유재산취득심의 등을 진행해야 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립대는 현재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시의회 동의를 떠나서 기존 절차를 무시하고 추진한 것이다. 공공의료 전문인력 육성을 시립대에서 이야기하는데 서울시의회에 서남대 인수와 관련한 심의 자료가 들어온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의회 이행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예산 편성은 부담이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인수 확정 여부가 계획 추진의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먼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립대 의대 설치가 필요하다고 매년 강조했지만, 그동안 의대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시립의대' 유치는 매년 희망 사항으로 남겨져 있었다.

    서울시립대가 서남대 인수자로 결정된다면 행정 절차 이행과 더불어 예산을 받기 위한 서울시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서남대는 또다시 재정 기여자를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명지병원, 예수병원 등이 서남대 인수에 나섰지만 재정확보 방안을 검증 받지 못했고 대학 측은 재정기여자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임금 체불 기간은 늘어났다. 설립자 교비 횡령 등으로 재정 악화를 겪고 있는 서남대는 당장 수백억원의 재정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거액을 투입해야 하는 부분에서 서울시립대는 서울시민, 서울시의회 동의 등을 위해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예산 투입과 더불어 '반값등록금' 적용 여부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립대는 지방 출신 학생들에게도 반값등록금 혜택을 부여, 혈세 사용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서남대 새주인으로 이름을 올린다면 서울시립대는 의대 학생들에게도 서울시민이 낸 세금을 반값등록금으로 지원해야 할지, 지방 소재 대학에 동일한 혜택을 부여할지 여부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서울시립대의 서남대 인수 가능성과 관련해, 서울시에서는 시립대 의대 유치와 관련한 재원 검토 간담회를 지난달 말 진행했다. 인수 확정 시 예산 투입 규모 등을 검토하는 수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참여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간담회는) 필요한 재원을 검토했다. 의대를 유치할 경우 얼마나 재원이 필요로 하는지 협의하는 정도였고 공식적인 것은 아니었다. 서남의대 인수와 관련한 예산을 추경으로 갈지, 내년 예산에 담을지, 시립대 자체 회기로 잡아야 할지 등 방안을 상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립대가 의지만 있는 거 같다. (서남대는) 지방에 있다. 프로세스를 밟아야 하고 여러 사전 절차가 있어야 한다. 승인, 투자 적정성 심사 등을 시의회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가 서남의대 인수자로 확정된다면, 지방 사립대 인수에 따른 혈세 투입에 대한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서울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의대가 있다면 당연히 대학 인지도는 높아진다. 사립대가, 사립대 인수한다면 이해가 되는데 공공재 역할을 하는 교육기관인 서울시립대가 사립대를 인수하기 위해 혈세를 넣으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학 관계자는 "공립대학이 지방 사립대를 인수하기 위해 세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의아스럽다. 대학병원 운영을 위한 투자는 만만치 않다. 그만큼 세금이 들어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