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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이사회 회의에서 다뤄진 내용을 담은 회의록 자료는 의무 공개 대상이다. 하지만 몇몇 법인은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아도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작 교육부는 일손 부족을 이유로 일일이 감독할 수 없다며 두 손을 놓고 있다.
2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는 학교법인 이사회는 회의 개최 시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규정, 사학법 시행령에서는 회의일로부터 10일 내에 관련 회의록 자료를 공개토록 명시했다.
이사회 회의는 학교 경영·추진 계획 등을 다루며, 이에 대한 내용은 회의록을 통해 외부인이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일정 기간 공개해야 한다.
반면 가천대, 동서대, 송원대 등의 학교법인은 회의록을 일부만 공개하거나 미공개로 자료 게재를 꺼리고 있다.
가천대, 신명여고 등을 운영하는 가천학원은 지난해 6월 이후 1년 가까이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학법 시행령에서는 회의록 게재 시 3개월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매년 학교 발전계획 등을 논의하는 이사회 회의의 경우 대부분 학기별로 수차례 진행되며, 이에 대한 결과물인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가천학원 회의록은 한 건만 공개됐고, 취재가 진행되자 가장 최근 진행한 지난 23일 이사회 회의록을 가천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미공개 회의록과 관련해 가천대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가천학원 이사) 등이 참여한 이사회 회의는 직전 회의록 공개 시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1년 만에, 회의가 열린 셈이다.
부산디지털대, 경남정보대, 동서대 등을 운영하는 동서학원은 2015년 5월 이후 이사회 회의록을 올해 3월에 일부만 공개했다. 이전 회의록은 연도별로 회차가 누락되기도 했다.
2014년 마지막 회의록 자료는 10차 이사회 회의였지만, 직전 자료는 4차 회의 자료로 5~9회차 회의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된 회의록 일부 자료는 회의일 이후 2주가 지난 뒤에야 게재됐다.
박동순 전 동서대 총장, 추만석 경남정보대 총장, 양상백 부디대 총장 등 동서학원 운영 대학 전현직 총장의 이름이 동서학원 이사진에 소개되는 반면 학교 운영에 대한 회의록은 공개 시점이 들쑥날쑥했다.
동서대 홈페이지에서 확인되는 이사회 회의록 공개에 대해 학교 측은 학교법인에서 담당한다고 답했지만, 동서학원 측은 학교 홈페이지 관련 부서에서 관리한다며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도 했다.
동서학원 관계자는 "올해 3월 공개된 자료는 홈페이지 리뉴얼로 삭제돼 다시 올린 것이다. 미공개 회의록은 인사, 개인정보 등이 담겨 공개 사항이 아니다. 대학 중요사항 등이 있을 경우 홈페이지에 게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대·서경대 학교법인 등의 경우 회의록 내 개인자료, 중요사항 등 일부만 삭제할 뿐 아예 자료 공개를 거부하지 않고 있다. 반면 동서학원은 누락된 회의록 모두 이 같은 내용을 다루기에 아예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료 공개가 늦은 회차의 경우 "회의록을 작성한 뒤에 날인을 받는다"며 당일 작성이 어려워 추후 결재를 받는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학교법인 송원대는 이사회 회의록을 손쉽게 확인할 수 없는 구조다. 송원대 홈페이지 내 학교법인 코너에는 고제철 이사장 인사말, 법인현황 등을 소개할 뿐 이사회 회의록은 별도 '송원정보' 내 '예산/결산공고' 게시판에 관련 자료를 공개 중이다.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자료를 공개는 하고 있지만 순번을 보면 57회 회의록에 이은 다음 기록은 60회로 중간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로를 알아야만 회의록 확인이 가능하지만, 일부 자료는 누락된 셈이다.
송원대 측은 "차후 모니터링을 통해 보다 쉽게 (회의록을)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학법에 따라 학교법인 회의록 공개는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회의록 미공개에 대한 처분은 없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교육부는 자체 모니터링이 아닌 '민원'에 의지해 조속한 공개를 촉구할 뿐이다.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관계자는 "이사회 회의록은 의무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공개를 안하면) '지도' 정도 나올 수 있다.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행정 처분은 없다. '주의' '촉구' 등으로 공개토록 하는데 미공개를 이유로 중징계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이 들어오면 (주의 등으로) 처리한다. 많은 학교법인의 회의록을 확인할 수 없다"며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