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vs 불필요" 논란 여전… 정책 재설계 통한 새 사업모델 필요성 고개
  • ▲ 경남 양산 장애인복지관에서 경증장애가 있는 여성이 양산부산대병원 스마트헬스케어센터 의료진으로부터 원격의료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 경남 양산 장애인복지관에서 경증장애가 있는 여성이 양산부산대병원 스마트헬스케어센터 의료진으로부터 원격의료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보건의료정책인 원격의료의 전면 재검토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의료전문가들은 원격의료 효과를 강조하며 의료계가 주도하는 정책 재설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격의료 실효성 논란, 필요한가 불필요한가

    우리나라에서는 현행법상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인 간 원격의료만이 허용된다. 전 정부에서 추진된 원격의료 정책의 골자는 의사와 환자 간, 즉 비대면을 통한 진료의 허용.

    해외에서는 원격의료가 일찌감치 활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미국은 1997년부터 원격의료에 공보험을 순차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1997년부터 도서벽지 환자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다가 2015년부터 전면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2000년부터 정부가 활성화 정책을 시행 중이며, 독일은 대부분 원격의료에 대면진료와 같은 수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진료하는 원격의료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진료방식으로 인한 오진, 그리고 부작용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다.


    통신기기로 송출되는 의료정보 등 환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뿐 아니라 대형병원 진료 접근성이 높아져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기관들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원격의료 산업에 투자해온 대기업들을 위해서라는 비판도 함께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사들이 원격의료의 실효성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실제 환자들에게 미칠 이득이 존재하고,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도서벽지와 격오지, 군부대 등 특수 지역과 만성질환 등 끊임없는 모니터링과 계도가 필요한 일부 질환이 대표적이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는 "직장인들은 자기가 아플 때 맘놓고 병원을 찾을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실제 당뇨 환자들이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 약을 복용하다 중단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원격의료는 만성질환 치료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밝혔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상열 교수도 "당뇨 환자는 식사나 운동, 혈당 체크와 투약 관리 등에서 꾸준한 관리를 요구받는다"면서 "실제로 그런 습관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환자가 굉장히 많다. 이것을 의료진들이 해줘야 한다. 접근이 힘든 부분을 채워주는 게 스마트기술이다. 원격으로 관리해주면 시스템적인 효과는 분명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돌파구는?…'영리' 의혹 해소, 의료 전문가 주도하는 새로운 원격의료 모델

    그럼에도 정책은 사장될 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원격의료 정책의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전 정부에서의 원격의료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해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료영리화 의혹을 걷어내지 못한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으로, 오히려 필요한 정책이 사장될 위기에 몰렸다는 지적이다.


    김대중 교수는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 원격상담 등 원격의료의 세부적인 개념에서 발생하는 의료계의 우려들과 의료영리화 논란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답을 제시해줬어야 했는데 전 정부는 그러지 않고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책에 대한 정권 간 스텐스가 양극단으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 많다. 원격의료 시스템이 가져다줄 장점이 분명한데도 새 정부에서 극단적으로 완전 무효화해버리면 이 역시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낳을 것"이라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료영리화 가능성이나 요소가 있다면 이를 찾아내 배제시키면 된다"고 덧붙였다.


    필요하다면 정책 재설계를 통해 원격의료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는 "박근혜 정부처럼 원격의료가 목적인냥 '원격의료 정책'을 하지말고 전체 보건의료정책 측면에서 필요하다면 원격의료를 활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면서 "원격의료는 어떤 기술을, 누가, 누구에게 쓰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리 나타나지만 그 디자인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문제 중심,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설계와 추진,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보건의료 전문가가 핵심이 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정부의 과거 원격의료 정책은 의료의 질이나 환경을 좋게 하기보다는 블루투스 기계나 좀 팔아먹으려는 느낌이었다"면서 "시범사업에서 만성질환관리 대상의 상당수인 노인들은 원격의료에 필요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기 힘들어했는데, 정책이 의사와 환자 관계에서 설계된 것이 아닌 산업체 입장에서 이뤄졌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렬 교수는 "원격의료 정책이나 관련 시스템 설계 과정에 의사가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면서 "그간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몇몇 의사도 참여했겠지만 결과물을 보면 사용자를 무시한, 기존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 시스템에 불과하다. 학회와 전문가집단이 주도해 어느 병원이든 범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갈 때 원격의료의 실효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