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신용등급 하향 기업 2곳에 그쳐업황부진에도 신용등급 추가 강등 없을 듯
  • ▲ 최근 1순위 당해 지역 마감에 성공한 '상계역 센트럴 푸르지오' 견본주택 내. ⓒ대우건설
    ▲ 최근 1순위 당해 지역 마감에 성공한 '상계역 센트럴 푸르지오' 견본주택 내. ⓒ대우건설


    최근 이어진 건설업 신용등급 강등 랠리가 올 상반기 잦아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택경기 호조에 따른 기성 반영과 문제 해외사업장의 손실이 줄어들면서다. 이 과정에서 개별기업 재무구조도 개선세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신용등급 하락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27개 건설기업의 상반기 신용평가를 완료했다. 이 가운데 23개사의 장·단기 신용등급이 유지되거나 신규 부여됐으며 2개사의 경우 하향 조정, 1개사는 상향 조정됐다. 1개사는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됐다.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이 하향된 회사 수는 △2015년 상반기 11개사(부도 1개사 포함) △2015년 하반기 7곳 △2016년 상반기 4곳 △2016년 하반기 3곳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강등' 기조는 예년에 비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외사업의 추가 원가 부담, 공공 부문의 저조한 채산성 지속에도 2014년 하반기 이후 국내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른 주택 부문 실적 개선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해외 프로젝트의 추가 원가 투입 및 선투입 자금 회수 지연, 공공 부문의 수익성 저하가 지속됐음에도 2014년 하반기 이후 급증한 국내 신규주택 분양물량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주택 부문이 플랜트 및 토목에서의 부진한 영업실적을 보완한 점이 등급 하향 기조 완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요 신용평가 3사는 국내 주택 중심의 사업구조를 보유한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주택 분양물량 확대에 힘입어 견조한 수익창출력이 지속되고, 준공 후 미분양 해소 및 진행 사업의 우수한 분양 성과로 재무구조가 개선됐으며 우수한 재무안정성 및 이익완충력을 바탕으로 주택경기 둔화시 원활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 반영됐다.

    이에 반해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은 해외 프로젝트의 추가 원가 발생에 따른 영업실적 및 재무안정성 저하와 특정 개발사업 현장의 사업지연에 따른 우발채무의 현실화 위험 등이 반영되면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포스코건설은 △해외 플랜트 사업 손실 발생으로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점 △손실 발생에 따른 이익잉여금 감소와 차입금 증가로 재무구조가 저하된 점 △건축을 제외한 전 부문의 실적 저하로 사업기반이 약화된 점 △그룹 투자 감소에 따른 계열 매출 감소 및 해외법인·송도사업 법인에 대한 우발채무 부담 확대 등이 반영됐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해외 프로젝트의 원가율 상승 및 자산·채권 손상차손에 따른 대규모 손실 인식과 재무안정성 하락, 단기간 내 거듭 '어닝쇼크'가 발생함에 따라 회사의 사업경쟁력에 대한 신뢰성 저하를 반영, 신용등급이 낮아졌다.

    하반기 건설업 신용평가의 주요 모니터링 요소는 국내 주택시장 동향 및 주택경기 둔화시 업체별 대응능력과 해외 문제 사업의 최종 준공시기 및 신규수주 물량의 채산성 확보 여부다.

    하반기 주택경기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전매제한 및 금융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6·19대책을 시행했으며 8월 중 가계부채종합대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고했다.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증가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크고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시장 과열현상이 빚어지고 있어 새 정부 들어서도 당분간 부동산 규제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정기예금금리와 월세수익률 간 격차는 유지되고 있지만, 조달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국내 경기 회복 및 미국 금리 인상 연향으로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2017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확대되는 점을 고려할 때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황덕규 실장은 "입주물량의 증가,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 기조,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주택경기가 저하되면서 분양 및 입주 리스크가 확대돼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역시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해외수주의 최대 관건은 국제유가의 회복 여부로 판단된다. 상반기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수주 규모는 163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152억달러)에 비해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말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 합의 이후 유가가 소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상반기 유가가 50달러 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GCC(걸프협력회의) 주요국의 균형재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유가 흐름이 이어지는 데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관련 정책 방향성이 유가 상승 폭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저유가 기조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해외수주 회복 역시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선영귀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업계 전반의 수익성 및 재무안정성이 개선됐으나, 이는 전적으로 주택경기 호조에 의존하고 있어 주택 부문에 대한 매출 및 수익의존도가 심화됐다"며 "이에 주택경기가 둔화될 경우 업체별 대응능력에 따라 실적 차별화가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해외사업 주력 업체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으며 문제 사업 대부분이 준공에 임박하면서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공기 및 인수지연에 대한 계약금 증액과 관련 협의가 발주처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손실 폭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등급 하향 기조가 이전에 비해 줄어든 만큼 하반기에도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주요 문제 현장들이 점진적으로 완공 단계에 진입하면서 이전과 같은 대규모 추가 원가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되며 진행 중인 주택 현장들의 우수한 채산성이 해외 부문 손실을 완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부문의 수익성 개선 지연으로 신용등급이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영귀 위원은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이 크게 감소했으며 상당 수준의 손실이 이미 반영됐다는 점, 주택 부문이 해외사업 부진을 일부 상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해외 사업 손실이 신용등급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밖에 재무안정성 개선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영업현금흐름(OCF)이 제고되고, 장기 미착공사업의 착공 전환, 준공 후 미분양 물량 해소로 운전자본부담이 경감되면서 양호한 현금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순차입금 규모가 감소한 업체와 부채비율이 개선된 업체가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1분기 'BBB'급 업체들의 순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말에 비해 소폭 증가했으나, 이는 운전자본 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진행 중인 주택사업의 우수한 분양성과를 고려할 때 재무구조 개선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