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역 주차장서 픽업존 운영… 즉시 대여 안 되고 반납도 까다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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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현대캐피탈과 손잡고 카셰어링(차량공유) 서비스에 나섰지만, 성공적으로 연착륙할지는 미지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비스 내용이 코레일 자회사에서 적자로 사업을 접은 '유카'와 유사해서다.
다만 코레일로선 제휴를 맺은 처지여서 직접적인 손해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코레일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KTX-딜카' 카셰어링 서비스를 선보인다. 딜카는 현대캐피탈이 추진하는 카셰어링 서비스다.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차량을 가져다준다.
현대캐피탈은 직접 차량을 확보하지 않고 기존 렌터카업체와 제휴를 맺어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용자와 차량을 중계한다. 이번 KTX-딜카 론칭은 정식 서비스에 앞서 열차 이용객을 상대로 진행하는 사전 번외 서비스로 해석된다.
카셰어링을 이용하려는 열차 승객은 승차권 예매 애플리케이션(앱)인 코레일톡에서 딜카를 예약할 수 있다. 차량을 건네받을 장소로 기차역을 선택하면 역 주차장에서 편리하게 차량을 빌릴 수 있다.
차량 대여·반납 장소인 픽업존은 서울·광명·부산·전주·목포 등 전국 15개 기차역 주차장에 설치됐다. 역별로 2~5면의 전용 주차공간이 마련됐다.
코레일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는 제휴에 따라 2%의 앱 사용료와 일정 수준의 주차장 사용료를 각각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영 코레일 사장 직무대행은 "철도이용객과 자가운전자의 필요를 충족하는 신개념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철도거점 연계교통망을 확대해 관광·출장 등을 위해 철도를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를 증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KTX-딜카 서비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서비스 내용이 코레일네트웍스가 KTX·지하철역 등 코레일의 교통 인프라와 연계해 주요 철도역에서 사업을 벌였던 카셰어링 서비스 유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유카는 교통 인프라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어 지난해 시장에서 철수했다. 3년간 누적 적자는 총 20억원이 넘는다.
유카는 차종 선택의 폭이 좁고 요금체계가 민간 경쟁사에 비해 비싸 이용자가 외면했다. 접근성은 좋았지만, 이용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불만이 쌓였다.
유카는 경차 레이 포함 5가지 차종만을 갖췄었다. 반면 딜카는 경차·소형·준중형·중형·대형·승합(SUV) 등 다양한 차종을 구비해 서비스가 개선된 모습이다.
하지만 일부 서비스 방식은 이용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KTX-딜카를 이용하려면 차량 이용 2시간 전까지 예약을 해야 한다. 애초부터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하차역에서 즉시 차량을 대여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이는 렌터카업체 배정과 차량 탁송으로 말미암은 한계로 보인다.
현대캐피탈이 차량을 직접 제공하지 않다 보니 탁송 과정에서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도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셰어링 서비스를 주로 가격에 민감한 젊은 층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예전 유카가 최소 1시간부터 이용이 가능했던 것도 불만 사항이었으나 이 부분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업계 1위 쏘카의 경우 10분 단위로 예약이 가능하고, 최소 30분부터 이용할 수 있다.
차량 수령·반납 조건도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KTX-딜카는 픽업존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쏘카 등이 24시간 영업하는 것과 비교된다.
딜카 시범 서비스에 참여했다는 한 누리꾼은 "최신형 차량을 대여하고 대여·반납 장소를 정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라면서 "24시간 바로 대여할 수 없는 것은 단점"이라고 밝혔다.
차량 탁송 서비스도 딜카가 처음은 아니어서 차별성도 다소 희석된다는 의견이다. 쏘카는 지난 6월부터 서울지역에 한해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차량을 가져다주는 '쏘카부름' 서비스를 선보였다.
코레일은 제휴 관계여서 직접 사업부담을 떠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앱 플랫폼 사용료를 챙길 수 있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