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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유망한 기술 및 아이디어를 보유한 벤처기업의 상장을 독려하기 위해 도입한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시행된 지 12년이 넘었으나 특정 업권에만 상장 사례가 집중됐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 등 기술평가기관 3곳 중 2곳 이상의 기관에서 A/AA등급 이상을 받은 업체는 재무제표상 적자가 있더라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이용해 상장에 성공한 업체로는 최근 2년(2016년~2017년 상반기)간 총 12곳이 있다. 이 중 전자부품 제조사인 옵토팩과 질량분석기 전문업체 아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10곳이 모두 바이오 제약사다.
여기에 올 하반기 기술특례 상장을 앞두고 있는 샘코, 앱클론, 라파스, 휴마시스 중 항공기 도어업체 샘코와 체외진단기기 업체 휴마시스를 제외한 2곳이 바이오 업체다. 즉 올해까지 기술특례제도로 상장했거나 상장을 앞둔 업체 16곳 중 12곳이 바이오 제약사인 셈이다.
특정 업권에만 상장 특례가 집중돼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게다가 이렇게 상장한 대다수의 바이오제약사가 막상 상장 후에는 이렇다 할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 않아 투자자들의 손실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특례 상장의 특성상 재무적으로 다소 취약하더라도 기술력을 인정받기만 하면 상장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 자칫 ‘부실 기업’을 증시에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2년간 기술특례 상장한 코스닥 업체들 중 신라젠, 큐리언트 등 소수의 인기종목을 제외한 대부분은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한 바이오리더스는 올 상반기 34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냈으며 같은 해 상장한 로고스바이오도 9억원대의 손실로 적자를 이어갔다. 올 2월 상장한 피씨엘도 19억원대의 손실을 보였다.
바이오 제약사의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점도 ‘새내기주’ 들의 낮은 수익률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통상 하나의 신약을 탄생시키기까지 후보물질(의약품으로 개발될 수 있는 기초 물질) 발굴 후 임상 단계로 들어가도 좋다는 당국의 허가를 받은 뒤에도 임상 1~3상을 거치고 나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만 실제 ‘제품화’가 이뤄진다. 후보물질이 신약 개발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질 확률은 1%대 미만이다.
그러나 신규 상장하는 다수의 제약사들이 임상 초기 단계 혹은 전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만 가지고 증시에 입성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은 극히 적은 확률의 ‘잭팟’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를 통해 보더라도 일반 투자자들의 바이오‧제약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큰 이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관행이 손실을 부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하려는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함과 동시에 당국에서도 보다 엄격한 검증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