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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걸음을 시작한 카허 카젬 신임 사장이 조기에 한국지엠을 정상화시키고 순항시킬지 여부가 10월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통상임금 패소와 이를 바탕으로 거세질 노조의 파업은 엄청난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스파크의 수출 재개와 트랙스의 내수 선전 등 판매 증가세는 호재이다. 판매 회복이 철수설을 잠재우고 노조의 불안감을 해소할 확실한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카젬 사장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로 부임한 카허 카젬 한국사장에게 창원·군산 지회장 선거와 크루즈 디젤 출시가 예상되는 10월이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수설을 잠재우고 판매를 회복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문제가 바로 노조와의 갈등 해결이다. 그 시작이 10월초 신규 지회장들이 선출된 이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도 노사가 교섭을 재개할 수 있지만, 지회 선거운동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교섭은 10월 초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르면 10월 출시될 크루즈 디젤이 분위기 반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뉴 크루즈 가솔린 모델이 초기 품질 문제와 높은 가격 등으로 고객들에게 외면당하면서 한국지엠은 낭패를 겪었다. 절치부심 끝에 선보이게 될 크루즈 디젤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특히 카허 카젬 사장 취임 이후 첫 신차여서 영업과 마케팅, 홍보 등 모든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말리부, 임팔라 등 다른 주력 모델의 판매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결국 10월이 카허 카젬 사장이 이끄는 한국지엠호가 순항할지, 난항할지를 결정하는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란 얘기다.
현재 여러 정황상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지난 4일 서울고법 민사1부는 한국지엠 사무직 근로자와 퇴직자 1482명이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적연봉, 조사연구수당·조직관리수당, 가족수당 본인분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밀린 임금 총 9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1심과 2심에서는 근로자들이 패소했지만, 대법원은 업적연봉과 가족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며 사건을 다시 돌려보낸 바 있다. 결국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에 이어 한국지엠도 일부 패소하면서 노조의 위세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실력 과시라도 하듯 이날 한국지엠 노조는 1조와 2조가 각각 오전과 오후에 4시간씩 부분파업을 실시한다. 철수설 등으로 인해 불안한 고용 안정과 회사의 미래 발전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의 파업 강도는 점차 세지고, 그 기간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유리해진 통상임금 카드를 손에 들고 교섭 주도권을 쥔 한국지엠 노조가 얼마나 강경하게 나올지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낙관적인 측면도 일부 있다.
스파크의 미국 수출이 7월부터 재개되면서 8월 수출 실적이 급증했다. 물론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지만,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측면은 긍정적이다. 또 수출 효자 모델인 트랙스가 내수에서도 다시 각광을 받으면서 서서히 판매를 늘려가는 것도 고무적이다.
카허 카젬 사장의 의지도 중요하다.
카허 카젬 사장은 지난 4일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자동차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노조 파업, 철수설 등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시종일관 미소로 답했다. 그는 "조만간 만나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오늘(5일) 부평에서 임직원들과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고,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오는 6일 한국지엠은 부평 디자인센터를 언론에 공개하고 한국지엠이 경차, 소형차, 소형 SUV 디자인에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하게 어필할 예정이다. 철수설을 잠재우려는 하나의 노력인 셈이다.
이 자리에서 카허 카젬 사장이 언론과 다시 한번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금 당장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하겠지만, 큰 틀에서의 방향성과 철수설에 대한 입장을 언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