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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의 투자은행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금융투자협회의 주관으로 열린 ‘모험자본 공급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 세미나에 참석한 각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한 견해를 나눴다.
이날 참석자들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금융업계에서 누구보다도 증권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정부 지원에 의지하는 ‘좀비 스타트업’이 아니라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는 시장형, 성장형 스타트업이 필요한데 이들은 필연적으로 시장을 잘 아는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은행보다 모험자본 공급에 적합한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며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모험자본을 활발히 공급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신성장 혁신기업의 육성은 은행 중심 담보대출로는 한계가 있다”며 “은행권에서도 업권을 넘나드는 역할을 요구하기도 하나 위험에 철저히 규제되고 있는 측면이 있어 모험자본 공급에 있어서는 증권사가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투자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에 현실적인 한계가 따르고 있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의 증권사들은 투자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는 상태”라며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설계를 좀더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 방안으로 ▲증권사의 기업대출 확대 및 레버리지비율·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 ▲외국환업무 범위 확대 및 법인지급결제 허용 ▲증권사의 중소기업 IPO 주관시 주식 보유비율(단독 5%, 이해관계인과 합산 10% 이상) 완화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도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유동자금을 모험자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으로 증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실장은 “현재 증권사의 외국환 업무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일부 허용돼 있으나 아직 외화콜시장에 증권사의 참여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를 허용해 증권사가 외국환시장으로부터 외화를 조달해 해외 투자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사모펀드 시장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의 통합, 전문투자자 기준에 단순 보유자산뿐 아니라 질적 기준을 추가해 문턱을 낮추고 공사모 판단기준을 현행 50인에서 최대 150인까지 완화시키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규제 현실화를 주장했다. 특히 증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IB 업무 육성을 위한 관련 규제 완화에 관심이 쏠렸다.
채병권 미래에셋대우 초대형IB본부 전무는 “금융전업그룹 소속 금융사는 PEF 출자 시 30%를 초과하지 못하는 규제로 인해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에 투자할 때 PEF를 쓰지 못하고 신기술투자조합을 쓰고 있어 투자금액, 대상에 여러 제약을 받고 있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PEF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윤일승 IBK투자증권 SME금융팀 이사는 “신기술투자조합 단독 GP운용시 NCR 규제가 엄격해 단독 운용을 하지 않고 타사와 공동GP로 하게 되는데 이는 증권사의 업무 수행 능력을 제한시킨다”며 “장기적으로 NCR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프리IPO 기업 위험투자시 주관업무의 제한을 받는 비율 완화 ▲우리사주조합 신용공여 허용 ▲크라우드펀딩의 법인적격투자자 투자 한도 완화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