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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벌크선사들이 해외 대규모 운송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운·조선업계가 동반 상승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 팬오션, H라인해운, SK해운, 대한해운 등 국내 해운사 5곳은 브라질의 '발레'로부터 대규모 장기 운송 계약을 따냈다.
발레는 브라질의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업체다.
이 계약으로 국내 해운사 5곳은 총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초대형철광석운반선(VLOC) 20척을 건조할 국내외 조선소를 물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계약에 나선 것은 폴라리스쉬핑이다. 폴라리스쉬핑은 10척의 VLOC를 이번주 내로 현대중공업에 발주할 계획이다. 폴라리스쉬핑은 현대중공업과 이달 안으로 32만5000DWT급 선박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사안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한 척당 선박가격을 최소 75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폴라리스쉬핑은 철광석, 석탄, 곡물, 비료 등 원자재 및 건화물을 전문으로 수송하는 해운선사로서 현재 24척의 VLOC를 운영하고 있다.
발레는 폴라리스쉬핑 이외에도 팬오션과 4척, 에이치라인·SK해운·대한해운과 각각 2척에 대한 용선계약을 맺었다. 이 외에도 ICBCFL(ICBC Financial Leasing), COS(China Ore Shipping) 등 2개 중국 선사가 계약을 체결했다.◇ 해운·조선업 상생 위해서는 '정부 지원 필수'
폴라리스쉬핑이 현대중공업에 발주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도 일감 소식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지만, 해운업계의 시각은 아직 냉랭하다.
영국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은 자국 조선소 발주 비중이 55%인데 비해 중국은 87%, 일본은 64%로 나타났다. 이처럼 해운업계가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는 '셀프 발주'를 꺼려하는 이유는 중국의 낮은 선박가격과 강력한 지원 정책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선박 건조 대금의 90% 가량을 정부 주도로 금융지원 해준다. 반면 한국은 조선업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금융권으로부터 선박 건조에 필수적인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해당 물량이 중국 조선사에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팬오션은 중국 장수뉴양즈장조선에 6만3000톤급 벌크선 5척을 발주했고, 대한해운도 최근 8만1200톤급 벌크선 4척을 중국 청시조선소에 발주했다.
발레와 장기 운송 계약을 체결한 국내 5곳 해운사 중 한 업체 관계자는 "어떤 조선사에 발주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해운사 입장에서는 선가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성과 기술적인 부분을 더 고려한다. 중국 조선소도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