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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IT분야 주요 기업들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이전부터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을 나타냈지만 그간 주력분야가 달라 갈등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사업 영역이 겹치면서 그간 유지돼 왔던 공생 관계 대신 갈등의 조짐이 감지되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과 구글은 유튜브 서비스 중단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은 지난달부터 삐거덕대는 모습을 보였다. 구글이 지난달부터 아마존의 영상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쇼'에 유튜브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한 것.
에코쇼는 기존 AI 스피커인 에코에 태블릿 스크린을 탑재해 영상 기능을 더한 기기다. 아마존은 음식 조리법이나 뮤직비디오, 메이크업 영상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지난 5월 에코쇼를 출시했다.
하지만 구글이 유튜브 영상 제공을 돌연 중단하면서 에코쇼의 장점은 크게 반감됐다. 아마존은 에코쇼 가격을 229.99달러에서 199.99달러로 인하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아마존은 '아마존 비디오' 사업을 확장하며 유튜브와 맞서겠다는 각오다. 업계와 회동을 진행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마존은 이번 달 아마존 비디오에 TV 시리즈와 영화 등 콘텐츠 60여 개를 추가한다. 오는 26일(현지시간)부터는 애플TV를 통해서 프라임 비디오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애플과 아마존의 공존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 역시 자체 동영상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
애플은 우선 유명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 NBC유니버설 산하 유니버설 TV와 함께 10부작짜리 TV영화 '어메이징 스토리'를 제작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서는 소니 픽처스 출신 유명 제작자 제이미 얼리크트와 잭 반 앰버그를 영입, 내년에 총 10억 달러를 자체 콘텐츠 제작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페이스북도 미디어컨텐츠 사업에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페이스북은 8월 유튜브를 겨냥한 듯한 동영상 플랫폼 '워치'를 공개했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워치로 동영상을 검색, 시청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후 워치를 활용해 미국프로야구(MLB)와 요리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외에도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편당 3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기존 미디어 업계는 IT 공룡들의 이 같은 경쟁 격화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할리우드 영화계는 올 여름 성수기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5월 1주부터 9월 1주까지 할리우드가 벌어들인 돈은 총 3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헐리우드 흥행 실적이 40억 달러를 밑돈 것은 2006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는 케이블과 위성TV 중단을 고려하는 시청자의 수가 27%에 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신작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거나 집에서 케이블 TV로 영상을 보는 경우가 감소한 결과다.
이처럼 스트리밍 서비스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IT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진다면, 기존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