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비과세 10년만 부활·엔젤투자 소득공제 확대창투사 설립요건 완화 등 규제혁신
  • ▲ 확대경제장관회의 주재하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연합뉴스
    ▲ 확대경제장관회의 주재하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연합뉴스

    정부가 창업·벤처기업의 돈줄 확보를 위해 앞으로 3년간 10조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한다. 또 이와 연계한 20조원의 대출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제이(J)노믹스 한 축을 이루는 혁신성장의 동력원으로서 '혁신창업'을 활성화하고자 투자용 종잣돈을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10년 만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비과세 특례를 부활하고, 엔젤투자 소득공제를 늘리는 등 벤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혁신성장 추진 전략의 첫 번째 대책으로, 정부는 연말까지 △공공조달 혁신방안 △판교창조경제밸리 활성화 방안 △자본시장 혁신방안 등 관련 대책을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다.

    ◇우수 창업·벤처기업 '돈맥경화' 막는다

    정부는 인재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창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창업이나 투자에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도 구축한다.

    정부는 우선 벤처 투자자금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과 비교할 때 벤처투자가 부족하고 모험자본 성격도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을 보면 2015년 기준으로 미국 0.33%, 중국 0.24%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0.13%에 그친다. 중국은 2014년 0.11%였던 벤처투자 비중이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새로 조성하기로 했다. 2020~2022년 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을 0.23%까지 높일 계획이다.

    혁신모험펀드는 투자대상의 성장단계에 따라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에 각각 설치해 운영한다. 보통주 투자비중을 늘려 모험성도 강화한다.

    정부는 신규 출자에 3조원쯤이 들 것으로 보고 △재정 △정책금융 출자 △펀드 회수재원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혁신모험펀드와 연계해 20조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도 운용한다.

    모험자본을 투자받는 기업이 인수·합병(M&A), 사업재편, 외부기술 도입, 설비 투자 등에 큰돈이 필요할 때 신용·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 민간자금과 함께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게 여벌의 자금을 두겠다는 것이다. 혁신모험펀드 투자기업의 '돈맥경화'(자금경색)를 막겠다는 포석이다.

    신보·기보는 보증 공급과 무보증 대출을 병행하게 된다. 보증공급 확대에 필요한 재원은 재정에서 추가 출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원활한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모태펀드를 특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이나 지방·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

    혁신기업·대학·출연연 등의 신기술 특허 역량을 강화하고자 지적 재산권 사업화 전용펀드도 신설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대책에 벤처투자자금 증대와 관련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모험펀드와 관련해 정부는 3조원의 신규 출자 재원을 재정 등에서 조달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나머지 7조원의 출처에 대해 제시하지 않았다.

    20조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신보·기보의 보증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재정에서 추가로 출연한다지만, 여소야대·대립의 국회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재원 확보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소득공제 등 확대로 투자 분위기 조성

    정부는 혁신모험펀드를 창업·벤처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마중물로 활용하는 한편 일반 국민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지원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은퇴자·선배 벤처의 창업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자 엔젤투자 소득공제 혜택을 키운다.

    엔젤투자는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창업 초기 신생 벤처기업에 개인이 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100% 소득공제 투자구간을 현행 15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늘리고 했다. 5000만원 투자까지는 50%만 공제하던 것을 구간 조정에 따라 3000만~5000만원은 70%로 공제율을 상향했다. 다만 5000만원 초과는 현행대로 30%를 유지한다.

    엔젤투자한 창업 초기 기업이 투자 당시는 아니었지만, 3년 이내 벤처기업으로 확인되면 소득공제를 소급 적용한다.

    또한 창업 7년 이내 기술 우수기업에 대한 크라우드펀딩 투자금도 엔젤투자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했다.

    스톡옵션 비과세는 10년 만에 부활한다. 2006년 폐지된 스톡옵션 비과세 특례가 2000년대 초반 벤처기업 붐 조성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인재들이 혁신기업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게 스톡옵션 행사로 본 이익에 대해 2000만원까지 비과세하는 당근을 준다.

    창업자와 근로자가 동반 성장할 수 있게 우리사주 소득공제도 확대했다. 현행 400만원인 소득공제 인정 한도를 창업·벤처기업에 한해 1500만원까지 3.75배 확대 적용한다.

    일반 국민이 적은 돈으로도 벤처기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공모 창업투자조합도 활성화한다. 현재 중소기업 벤처투자조합은 50인 미만의 투자자를 대상으로만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사모방식으로 제한돼 있어 일반 국민의 접근이 제한적이다.

    정부는 벤처법·창업법으로 나뉜 벤처투자 제도를 '벤처투자촉진법'으로 일원화하면서 조합결성·업무집행·해산 등 조합 운영에 관한 사항과 투자자 보호 규정을 마련해 공모 창투조합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개인 출자금 10% 소득공제 등 일반 창투조합에 주는 세제 혜택도 공모 창투조합에 똑같이 적용한다.

    ◇크라우드펀딩 업종 제한 완화 등 규제혁신도

    정부는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창업기업이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할 수 있게 금융·보험, 부동산, 도박업 등을 제외하고 업종제한을 풀기로 했다. 현재 7억원으로 제한된 발행기업의 연간 자금조달 한도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지난 9월 자본시장법을 고쳐 기업 투자 한도는 연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고, 전매제한은 1년에서 6개월로 낮춘 상태다. 인터넷포털 등 광고도 허용했다.

    창업투자회사를 늘리기 위해 신규 시장진입 장벽도 낮춘다. 창투사 자본금 요건은 현행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내리고, 전문인력 자격요건도 국가자격증·학위 소지자에서 창업·투자 경험이 있는 경우로 완화한다.

    투자의 탄력성을 위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창업기업 의무투자 비중(40%)도 창투사 규모별로 차등화한다. 해외투자 제한도 합리화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창투사 규제혁신은 혁신창업국가 실현을 위한 대표 규제혁신 사례로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사후감독 강화도 병행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기업의 책임경영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