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보완자료 더 안 받겠다"해수부, 이달 한·러 북극협의회서 활용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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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9개월 가까이 제자리걸음 해온 제2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가 연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원점에서 재기획해 예타를 재신청하거나 아라온호 동급 수준에서 쇄빙능력을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가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는 이달 말 열리는 한·러 북극협의회를 제2 쇄빙선 적정 규모 확보를 위한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거꾸로 세계지도를 내걸고 해양강국 실현을 강조했던 김영춘 해수부 장관으로선 제2 쇄빙선 예타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3일 기획재정부와 해수부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기평)이 수행하는 제2 쇄빙선 예타가 이날로 659일째를 맞았다.
과기평은 지난해 1월25일부터 조사에 나서 그동안 조사 기간을 수차례 연장하며 보완작업을 벌여왔으나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과기평은 예타 수행 6개월여 만에 제2 쇄빙선을 애초 신청된 1만2000톤급에서 5000톤급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잠정 결론을 냈다. 용도도 연구전용선보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물자 등을 보급하는 다목적 쇄빙선으로 바꿔야 한다는 견해다.
현재는 배 규모를 6500톤급까지 양보(?)한 상태다.
반면 해수부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는 한 번 건조하면 20~30년은 써야 하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대형선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수부는 최소 아라온호(7487톤급) 수준이 아니면 아예 예타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태도다.
과기평과 해수부의 견해차는 여전하다. 하지만 이르면 다음 달 예타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가 칼을 빼 들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기평은 잠정 결론을 도출했으나 그동안 해수부가 추가 검토를 요청하며 계속 보완자료를 제출해왔다"며 "이 건만 계속 예타를 끌 순 없으니 마무리해야 한다. 해수부에도 언제까지 보완자료를 받아줄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과기평 관계자도 "(기재부로부터) 논의 내용 정리를 서두르자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기재부는 예타 마무리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르면 다음 달에는 결론을 매조질 것으로 관측된다.
해수부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인 제1차 한·러 북극협의회를 과기평을 설득할 마지막 기회로 삼을 것으로 전해져서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해상수송(북극항로), 과학협력, 북극지역 개발, 에너지 협력, 통신 협력, 북극이사회 협력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그동안 과기평이 적잖은 사업비가 투입되는 제2 쇄빙선의 활용 범위나 목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던 만큼 한·러 정상회담 후속 조처를 전환점 삼아 글로벌 과학 협력을 통한 자원 공동조사·개발에 승부수를 띄워 과기평을 설득할 거로 보인다.
예타는 해수부가 예타를 다시 신청할 수 있게 탈락 대신 재기획을 주문하거나 쇄빙능력을 강화한 아라온호 동급 규모로 결론이 날 것으로 분석된다. 해수부는 애초 제2 쇄빙선의 쇄빙 능력을 아라온호보다 2배 강화해 예타를 신청했다.
아라온호는 두께 1m의 평평한 얼음 덩어리를 3노트 속도로 연속해서 깨부수며 나아갈 수 있다(Polar 10). 제2 쇄빙선은 두께 2m 평탄빙을 3노트 속도로 쇄빙하는 능력(Polar 20)을 갖추도록 신청됐다.
제2 쇄빙선 예타 통과 여부는 김 장관과 문재인 정부의 해양강국 실현이 헛구호에 그칠지를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도 할 전망이다.
김 장관은 취임식에서 거꾸로 세계지도를 내걸고 해양강국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인천항에서 열린 아라온호 출정식에 참석해선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며 발생하는 환경문제에 대처하고 북극항로 개척, 자원개발 등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추가적인 쇄빙연구선 건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