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마사회와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 산하 공공기관에 현 정권 창출에 기여한 전직 의원들이 '낙하산'을 타고 대거 내려 앉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선 공신들의 논공행상용 자리 차지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말(馬)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공기업인 마사회의 이양호 회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가 아직 2년 이상 남았지만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 탓에 더이상 마사회를 이끌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황교안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때 선임한 인물이다. 마사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취임 당시에도 정치권에선 "급하지도 않은 마사회장 자리에 대해 대통령 인사권부터 행사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새 정부들어선 노동계로부터 '적폐 공공기관장'으로 거론되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지난 8월 이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회장의 사표 제출로 마사회는 지난 26일까지 후임 회장을 뽑기 위한 공모를 진행했고, 그 결과 총 6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는 면접 등을 거쳐 다음달 1일까지 후보군을 3∼5배수로 추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통보한다. 이후 공운위가 최종 후보를 선정하면 김영록 농림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재청하고, 문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현재 마사회 안팎에선 김낙순 전 의원이 사실상 후임 회장으로 낙점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김 전 의원은 1957년 충남 천안 출신으로, 천안농고를 거쳐 서경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문화예술학 박사를 취득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제4·5대 서울시 의원을 지냈으며,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수석사무부총장, 정동영 대통령후보 조직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조직본부장, 제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5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말산업에 종사한 경력이 없다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해 10월 황교안 전 총리가 임명한 정승 농어촌공사 사장도 교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지냈고, 정치색도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아직 정승 사장의 임기가 1년10개월여가 남았고 거취에 대한 아무런 결정도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 최규성 전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최 전 의원은 1950년 전북 김제 출신으로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3선 의원 출신이다. 17대 국회에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다 19대에선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캠프 농업 분야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활약했다.
지난 10월부터 aT를 이끌고 있는 여인홍 사장도 아직 임기가 1년10개월 정도 남았지만 지난 정권에서 발탁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교체설이 나온다. 현재 aT 사장으론 김승남 전 의원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김 전 의원은 1965년 전남 고흥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 시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선 전남도 선대위에서 활동하며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