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싼 노동력 착취·학교-취업률 눈 멀어조기 취업→학습중심, 취업률 성과 개선키로
  • ▲ 지난달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청소년노동인권실현 대책회의' 관계자 등이 현장실습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청소년노동인권실현 대책회의' 관계자 등이 현장실습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정부가 관련 제도를 전면 손질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은 폐지해 학습중심으로 전환, 취업률 위주의 성과를 개선한다고 강조했는데 뒤늦은 대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고교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관련 향후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이번 회의에서 정부는 제주 특성화고 학생 사망과 관련해 현장실습 제도를 전면 수정하겠다는 향후 계획을 내놓았다. 안전 등이 확보된 경우에 한해 학습중심 현장실습을 허용하고,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은 내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학생이 위험에 노출되면 학교 복귀 등 조치하고, 문제 발생 시 대응을 위한 '현장실습 상담센터'(가칭)를 운영한다.

    취업률 위주의 성과 방식은 직업계고 취업률 조사방식을 국가승인통계로 전환을 검토하는 등 전국 시·도교육청과 보완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총리는 "학생 학습권,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현장중심 현장실습을 적용하고자 한다. 조기취업 형태의 운영방식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 취업률 중심의 평가와 예산지원 체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제주의 한 음료 제조공장에서 특성화고 졸업반인 이민호군이 불의의 사고로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지만 열흘 뒤 끝내 숨졌다. 지난 1월에는 A이동통신사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던 한 여고생은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작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군은 전동차에 치여 숨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2014년 B자동차부품공장 지붕 붕괴, 2012년 울신신항만 공사현장 작업선 전복사고 등으로 현장실습 나섰던 고교생들이 사망했으며 2011년 전공 외 업무를 하던 한 학생은 장시간 노동을 견디다 못해 뇌출혈로 쓰려져 숨졌다.

    교육부가 작년 11~12월 등 전국 593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10만여명을 대상으로 2차례 현장실습 실태점검을 진행한 결과 표준협약 미체결 238건, 근무 시간 초과 95건, 유해 위험 업무 42건 등으로 집계됐다.

    현장실습에 대한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교육부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학생들 피해는 반복됐고 피해자가 늘어난 후에야 손질에 나서는 모습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년 현장실습에 대한 순회지도를 최소 2회 이상 하도록 되어 있다. 현장실습은 학교, 교육청 허락만 있으면 1학기에도 나갈 수 있다. 제주 특성화고 사건을 계기로 고용노동부 등과 합동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사건사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 취업률이 상승했다고 자축했다. 지난달 20일 교육부는 '2017년 직업계고 졸업통계 조사결과'를 발표, 고졸취업문화가 꾸준히 확산된 결과로 직업계고 졸업생 취업률이 50.6%를 기록해 '고졸취업문화가 확산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전 수치보다 상승한 특성화고 취업률(50.8%)에 대해선 선취업 후진학 등 정부의 고졸 취업 활성화 효과라며 성과 보여주기에 급급했다.

    전공과 상관 없는 업체에 학생을 취업시키는 방식으로 취업률을 올리는 문제가 지적됐지만, 교육부는 결과만을 강조한 것이다.

    회사원 A씨(25)는 "동생이 특성화고를 다니는데 취업한 선배가 학교로 찾아와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갔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동생과 전혀 상관 없는 분야였다"고 지적했다.

    현장실습제도 자체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잇따른 문제에도 대처가 늦었기에 제도 보완의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강조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현장실습 제도는 문제가 있기보다 기업들의 인식 구조, 학교의 부실 관리 등이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사고 없이 현장실습이 이뤄져야 했다. 기업체는 싼 인건비로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했고 학교는 취업률에 포커스를 맞춰 운영했다. 제도 보완은 진작 했어야 했다.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