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본역량진단'에 취업률·충원율·교사 확보율 포함 논란지난 1일 공청회 대학 반발에 취소… 이달 중순 평가지표 확정
  • ▲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이 예정된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공청회를 거부하며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이 예정된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공청회를 거부하며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입 정원 감축을 다루는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지표가 공개되면서, 대학가에서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학생 취업률을 평가 요소로 포함시키고,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학교 건물(교사)를 확대하라는 것은 대학을 쥐락펴락한다는 지적이다.

    지방대의 경우 수도권과 분리해 학생 충원율을 평가하더라도, 결국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다.

    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지표(총배점 75점)에 졸업생 취업률, 학생 충원율, 교사 확보율 등이 평가 요소로 담겼다. 

    교육부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개편, 5만명을 감소할 계획이었지만 2만명으로 줄이고 신규 지표를 추가하거나 일부 요소를 수정하면서 앞서 진행된 평가보다 다소 달라진 부분을 담았다.

    반면 대학가에서는 정작 포함하지 말아야 할 요소가 그대로 존속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 성과에 포함된 졸업생 취업률, 유지 취업률은 대학이 책임지지 못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앞서 1주기 평가에서 교육부는 취업률 배점을 일반대 5점, 전문대 9점을 부여했고 이번 진단 지표에는 각각 1점씩 배점을 낮췄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취업은 학생이 결정하는 것이고, 경제난 속에서 원하는 곳으로 취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이 취업을 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A대학 관계자는 "교수 수업 관리, 장학금 지원 등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갈 수 있다. 하지만 취업률은 정말 왜 포함시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유지 취업률은 학생이 졸업 후 결정되는 사항인데 이것마저도 대학이 책임지라고 한다. 정량 평가 부분에서 결국 대학은 학생을 취업시키는데 혈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B전문대 측은 "전문대는 고등취업교육기관이지만 무조건 취업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학교가 취업 지원에 나서지만 학생이 가고 싶은 취업처가 있다. 학생이 설계한 미래가 있는데 무조건 취업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진행되면서 상당수 대학은 학생 취업률을 상승시키기 위해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교내 취업'을 알선했고, 대학교수는 연구·강의보다는 취업처 확보에 집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 대학 교수는 "논문을 쓰려고 해도 학생 취업을 위해 기업들에 인사를 다닐 정도로 힘들었다. 기업이 신입 직원을 뽑지 않는 상황을 대학이 어떻게 하지 못한다. 교육부는 이상한 잣대로 대학을 길들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대 등 고등교육기관 취업률은 2015년 기준 평균 67.5%. 의약, 공학계열은 70~80%대 취업률을 기록했지만 인문(57.6%), 예체능(61.9%)은 평균치 이하였다. 대학이 설치 학과에 따라 취업률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취업률을 들여다본다는 기준을 내세웠다.

    교육부는 최근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취업률 연계 성과주의를 타파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대학에 대해서는 학교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취업률을 포함시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사 확보율, 학생 충원율도 지적되는 상황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현재 교사가 충분한 상황이더라도 더 늘리기에는 재정적 어려움이 따르고, 남은 공간에 대한 임대 사업을 벌이더라도 공실이 발생하면 책임은 학교가 지게 된다는 것이다. 학생 충원율의 경우 지방대에겐 불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형 온라인 공개 강좌(K-MOOC) 재정지원 사업을 진행 중인 교육부는 지난달 21~22일 열린 아셈(ASEM) 교육장관회의에서 '아셈 무크 이니셔티브'를 제안, 아시아-유럽 간 온라인 교육 협력을 강조했다.

    온라인 교육을 확대한다는 교육부의 계획과 달리 국내 대학들은 교사를 늘려야만 하는 구조다. 대학역량진단 학생충원율은 수도권/비수도권으로 구분하지만 지역적으로 충원율 영향은 피할 수 없으며 교육부 간섭으로 홍보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C대학 측은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강좌를 마련하고 있는데 현 수준에서 교사를 늘리면 추후 학생 수 감소 시 대학이 떠안을 부담 요소가 커진다. 강의실 등이 부족한 대학은 확대를 요구할 수 있어도 그렇지 않은 곳은 무리가 따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소재 한 대학의 관계자는 "학생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홍보를 더 하고 싶어도 교육부가 전형료 인하 등에 간섭하면서 상황만 혼란시켰다. 대학을 위한 정책이 아닌, 성과 내기 급급한 곳이 교육부다"고 비난했다.

    정원 감축을 다루는 역량진단 추진을 놓고 교육부는 지난 1일 공청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대학 교수, 직원 등의 반발로 행사 일정을 취소했다.

    구조조정을 앞둔 대학가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추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이달 중순께 평가 지표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지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달 중순 결정될 거 같다. 앞으로 공청회가 아닌 서면으로 의견수렴을 실시, 대학 협의체 모임 등을 찾아 평가와 관련한 부분을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평가지표에 대한 반발에 대해선 "대학별로 평가 유무에 대한 의견이 너무 많다. 평가 지표와 관련해 합쳐져 들어오는 의견은 없다. 취업률의 경우 배점을 1점 낮췄다. 유지취업률은 양질의 취업처를 바라는 의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