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일정 변경 요청 거절, 일반대 중복 합격시 개인별 취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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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연기로 대입 전형 일정이 변경됐지만 한국방송통신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예고된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면서 지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면서 대학별 정시모집 원서접수 등 대입 일정이 순연된 가운데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교육부 협조 요청에도 일정을 변경 없이 학생 모집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성적에 상관없이 학생 선발에 나서는 학교 특성에 따라 방송대는 예정된 일정대로 원서접수를 진행,일반대 정시와 함께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교육부 요청에 따라 일반대 등록 일정은 늦췄다. 일정 변경이 없는 방송대는 일반대보다 합격자 등록을 일찍 마무리한다. 일반대·방송대 중복 합격자는 대학 선택 여부를, 방송대 등록 후에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방송대 측은 취소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으로 다음날 치러질 수능은 일주일 연기되면서 교육부는 일반대, 전문대 등 전체 고등교육기관에 공문을 보내 대입전형 일정 조정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4년제 대학은 이달 30일부터 진행될 2018학년도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내년 1월6일부터 시행하는 등 모든 대입 일정을 변경했다.
이와 달리 국립을 강조하는 방송대는 정부 요청에도 수능과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다.
이미 예고한 대로 방송대는 지난 1일부터 2018학년도 1학기 학생 모집을 진행 중이며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신입생, 편입생 원서접수를 받는다.
방송대 홍보팀 관계자는 "전체 일정을 보면 방송대는 마감 기간이 긴 편이며, 수능 응시자 비율도 높지 않다. 정시에 응시해도 방송대는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며 교육부 요청과 상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험생 혼란 방지를 위해 모든 고등교육기관에 일정 조정을 요청한 교육부는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적법한 범위 내에서 검토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경한 입장을 보인 교육부는 일정 조정이 없이, 방송대가 학생 모집에 나선 부분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 대입제도과 관계자는 "수능이 연기됐으니깐, 수험생들이 수시 면접 일정 등이 겹칠 수 있어 대입 일정 연기를 요청한 것이었다. 방송대는 상충되는 문제가 없어 괜찮다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세부적으로 일정을 살펴보면 특성화고 졸업 재직자 등 일반대·방송대 중복 지원자는 학교 선택에 있어 번거로운 과정을 맞이할 가능성이 남겨져 있다.
합격자 발표를 보면 방송대는 내년 1월25일이며, 일반대는 2월6일까지로 기존(1월30일까지) 일정을 연기했다. 변경 전후를 비교하면 방송대가 일반대보다 발표 일정이 빠르다.
우려되는 부분은 합격자 등록 과정이다. 방송대 합격자 등록은 내년 1월29일~2월2일 진행된다. 일반대 정시 합격자 등록은 같은해 1월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로 방송대와 비슷한 일정을 예고했지만 수능 일정 변경으로 일반대 등록 기간은 2월7~9일로 연기됐다.
교육부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에 선정된 일반대들은 201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특성화고 졸업 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학생 모집을, 방송대의 경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자 특별전형을 실시한다.
만약 일반대·방송대에 중복 지원했다면, 일반대 합격 여부를 알기도 전에 학교 진학을 위해서 방송대 등록을 마쳐야 하는 셈이다.
물론 방송대 등록을 마무리했더라도 취소할 수 있다. 중복 합격자는 선택에 따라 방송대 등록을 취소하고 납부한 등록금은 환급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번거로운 과정을 마무리해야만 일반대 진학이 가능한 것이다.
연도별 방송대 신입생 충원율(정원 내 기준)을 살펴보면 2013년 48.3%, 2014년 41.5%, 2015년 35.5%, 2016년 29.9%, 2017년 27.5% 등 매해 하락했다. 재학생 충원율의 경우 2015년 51.8%에서 지난해 47.4%, 올해는 44.2%로 낮아졌고 작년에는 학생 4만4천여명이 중도에 학교를 그만뒀다.
학생 충원율 하락 추세 속에 방송대는 20107학년도 2학기 신·편입생을 모집하면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가리키는 'SKY'가 포함된 홍보 문구를 내세웠다. 이들 대학보다 방송대 출신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많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에 평생교육 수요를 담당하는 교육기관이 타 대학을 자신들의 홍보 도구로 이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A대학 관계자는 "일반대는 수능 일정 연기에 대한 부분을 돕기 위해 일정을 늦췄다. 만약 일정을 늦추지 않았다면 논란이 컸을 것이다. 방송대니깐 조용히 넘어가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B대학 측은 "정시모집에서 아쉬운 결과로 방송대로 진학하려는 이들도 있다. 반면 방송대는 학생 모집에만 급급한 거 같다. 전체 대학이 동참했는데 전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대학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생모집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방송대는 중복 합격자가 알아서 처리해야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방송대 입학학적과 측은 "합격 후 포기한다면 등록금을 반환해준다. 원하면 등록했다가, 다른 대학에 합격했다면 (방송대를) 포기하면 된다. 지원자 입장에서 번거로울 수 있다.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