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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조선업계가 연말 극적인 임단협 잠정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내년 불확실한 업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파업리스크를 없애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노사를 한 뜻으로 뭉치게 했다는 분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30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5월23일 첫 상견례 이후 25차례 교섭만에 얻어낸 성과다. 잠정합의안은 지난 7월 24일 사측이 제시했던 기본급 5만원 인상, 격려금 600만원 지급 등이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지엠 임단협은 노사간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입장차를 보인만큼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파업마저 이어간다면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보다 하루 앞선 29일 조선업계에서도 임단협 합의 소식이 전해졌다. 2016년 임단협을 끝내지 못해 2년치 협상을 진행해 온 현대중공업이 극적인 잠정 합의를 이끌어 낸 것.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을 확보해야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 노조를 한발 물러나게 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합의를 통해 기본급 2년 연속 동결에 성공, 인건비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대우조선 노사는 2년치 임금 동결과 무(無)성과급이 포함된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지난 21일 도출했다. 대신 개인연금(연 48만원), 품질향상 장려금(연 평균 36만원), 설·추석 선물비(연 20만원), 간식권(연 12만원), 이·미용권(연 9만5000원), 열정한마당 장려금(연 6만원) 등의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합의안은 이튿날 전체 노조원 6069명 가운데 5607명이 참여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3884명이 찬성해 69.27%로 최종 통과됐다.
이들이 연말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대우조선을 제외하고는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이 합의안에 대해 노조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찬반투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찬반투표에서 부결된다면 노조 집행부가 갖는 부담은 더욱 커져, 또 다시 장기간 협상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다. -
일례로 현대차 노사는 지난 19일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등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어진 찬반투표에서 반대표가 50% 이상 나오며 부결된 바 있다. 기본급 인상폭이 노조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반대표가 대거 쏟아졌다는게 현대차 노조 측의 설명이다.
이로써 현대차는 노조가 창립된 1987년 이래 30년 만에 처음으로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 지난 27일 이어진 임단협 41차 교섭에서도 노사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구체적인 일정은 내년 1월 3일 오후 2시 중앙쟁대위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연초부터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연말 극적인 잠정 합의에 성공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며 "현대차와 같이 찬반투표에서 부결된다면, 연초부터 자동차업계는 파업 분위기에 휩싸일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