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대림·포스코·롯데‧금호산업 줄줄이 압수수색이중근 회장 구속 불안감 증폭… "길들이기 아니냐"
  • ▲ 자료사진. 압수수색 진행하는 검찰 관계자들. ⓒ연합뉴스
    ▲ 자료사진. 압수수색 진행하는 검찰 관계자들. ⓒ연합뉴스


    연초부터 사정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검찰·경찰·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4대 사정기관이 총동원돼 건설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업황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외부활동마저 위축되면서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으로 조사관을 보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이에 대해 "정기 세무조사의 일환으로 2012~2016년 회계자료를 국세청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조사4국이 이번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조사4국은 국세청장 지시로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하며 국세청 '중앙수사부'로 불리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세무조사가 민감한 사안을 포착한 조사4국이 행동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도국동 땅을 매개로 포스코건설이 전 정권과 연이 있는 만큼 조사4국이 포스코건설의 주장과 달리 비정기(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갔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최근 포스코건설은 1995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도곡동 땅'을 매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사1·2국에 업무가 많이 몰리면 조사4국이 정기 세무조사의 백업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면서도 "KT나 포스코건설 경우 민간기업이지만 순수 민간기업과는 다른 애매한 위치에 있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세청·공정위·검찰이 조사에 들어가는 수순을 보였다. 이번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도 정기 세무조사라 하기에는 다른 회사랑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건설 측은 "2013년 이후 실시된 정기적 세무조사"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선을 그었다.

    경찰 역시 업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호산업·포스코건설·롯데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 등이 줄줄이 재건축 등 공사 수주과정의 비리 관련 사안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해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과열경쟁이 이뤄진 만큼 주요 10대 건설사 모두 수사물망에 올랐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이중근 부영 회장이 최근 구속되면서 업계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이를 심사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주요 혐의사실 중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무엇보다 이중근 회장 구속을 시작으로 일감 몰아주기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가 확대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일부 건설사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압수수색을 받은 A건설 관계자는 "경찰이 조사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압수수색 전 해당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와중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경찰이 건설사에 대한 수사고삐를 죌 가능성에 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업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건에 대한 조사 결과가 연내 발표될 전망이다.

    종합건설사인 대형건설사는 공사를 수주할 때 공종에 따라 공사를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준다. 이 과정에서 원청업체(수주기업)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선다.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재하도급을 주는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지급보증이 이뤄진다.

    최근 원청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하도급업체의 지급보증 불이행건까지 대형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업계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업계가 공정위 눈치를 살피는 데에는 지배구조 개선 건도 있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취임 이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 이에 현대산업개발·대림산업 등은 순환출자 해소 등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으며, 효성 역시 건설 부문을 중공업과 합치는 내용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시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위 수장이 된 이래 문제가 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개편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건설사들은 수사 과정에서 불똥이 튈지 몰라 근심이 깊어지는 한편, 새해를 맞아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야 하지만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잦아지면서 분위기가 무거운 게 사실"이라며 "사정당국의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는 만큼 지난해부터 영업부서들은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로 재건축 사업 수주도 쉽지 않아 보이고 정부 발주 공사도 줄어들어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중견건설 C사 관계자는 "강도 높은 규제로 주택사업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건설사들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시장 분위기마저 얼어붙고 있다"며 "정권이 교체될 대마다 업계를 대상으로 한 각 부처, 사정당국 조사가 진행된다. 새 정부의 이번 조사가 기업 생태계 선순환 구축보다는 '길들이기'로 비춰지면서 더욱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