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제' 넘으려면 北 동조 필수 4분의3 정관개정도 함께 추진
  • ▲ 2015년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에 국토부 관계자가 참석한 모습.ⓒ국토부
    ▲ 2015년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에 국토부 관계자가 참석한 모습.ⓒ국토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 조속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을 위해 열쇠를 쥔 북한과 직접 대화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반대로 정회원 가입 투표에서 계속 미역국을 먹는 가운데 강원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대화 국면의 기회를 살려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대화 분위기가 언제 갑자기 틀어질지 알 수 없는 만큼 정관 개정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2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올해 OSJD 사장단회의와 장관회의가 오는 4월과 6월에 각각 예정됐다.

    정회원 가입은 두 번의 회의를 모두 통과해야 가능하다. 의사결정 방식은 28개 회원국 만장일치제다.

    제휴회원인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정회원 가입을 신청했으나 번번이 북한의 반대에 가로막혀왔다.

    우리나라의 회원 가입에 반대하는 북한은 2015년 사장단회의에서 한 차례 태도를 바꿔 반대 대신 기권한 적 있으나 최종 장관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올해 첫 관문인 사장단회의는 4월16~20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다. 신규 회원국 가입 안건은 19일 상정·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참가 초대장이 와 올해도 참가가 예상된다. 국토부는 아직 올해 회원국 가입 신청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가입 전략은 OSJD 정관을 뜯어고치는 쪽이었다. 만장일치제를 회원국 4분의 3 찬성으로 완화해 북한의 반대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OSJD 의장국인 폴란드가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성과도 보인다. 다만 단점은 정관 개정을 위한 소회의(ITRT)를 통과해도 8개 회원국 이상의 비준 절차를 밟아야만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관 수정이 전면 개정 수준이어서 논의가 4분의 1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은 거로 안다"며 "(정부는) 2021년까지는 개정이 이뤄지도록 목표를 잡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상황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새 국면을 맞았다.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로 냉각했던 남북·국제 정세가 올림픽을 전환점으로 대화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OSJD 가입과 관련해 정부의 기민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북방경제협력위와 국토부 관계자는 "(대화 등 남북 관계의 변화 조짐에 따른) 전략 변화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복잡한 데다 다루어야 할 주제의 스펙트럼도 넓고 통일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도 필요하다는 태도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신북방정책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송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분위기가 (지난해보다) 더 나아졌다"며 "(OSJD 가입 관련) 여러 복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정관 개정 추진과 동시에 올해 (사장단·장관회의에서) 가입을 위한 양면작전을 진행할 생각"이라며 "북측과 직접 접촉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직접적인 창구가 개설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우선 러시아를 통해 북한의 협력을 유도할 것"이라며 "다음 달 7일 러시아에서 철도청장을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장기 관점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다.

    철도업계 일각에서는 남북·미북 대화가 럭비공처럼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만큼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당장 북한은 평창동계패럴림픽 이후로 연기된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놓고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모처럼 만들어진 대화의 기회를 (OSJD 가입을 위해) 활용할 가치는 충분하다. 대화가 급물살을 탄다면 가입 전망을 전향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상황이 급변하는 측면이 있다 보니 (사장단회의까지) 남은 기간 낙관만 할 순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의 러시아 활용 카드와 관련해선 "그동안에도 러시아에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었고 러시아도 도와주겠다 했지만, 결과는 안좋았다"며 "(러시아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만큼) 러시아가 얼마나 강하게 북한을 설득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