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더' 오 사장에 북방철도 전문가 김 이사장·나 원장 조합 눈길"국제철도기구 가입 위해 北 접촉하겠다" 송영길 북방경협위장 역할도 주목
  • ▲ 열차.ⓒ연합뉴스
    ▲ 열차.ⓒ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북방경제협력에 주안점을 두는 가운데 철도분야 협력 추진 의지가 철도기관 수장 안배에서도 읽혀 눈길을 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기관장인 오영식·김상균·나희승 트로이카로 남북·대륙철도 연결·진출을 위한 진용을 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북방위) 위원장은 삼두마차를 끌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함경도 함흥 출신 피난민의 아들이다. 함경도는 러시아와 바로 연결되는 곳이다. 송 위원장 설명으로는 문 대통령은 고향 부산에서 철도를 타고 동해선과 나진-하산을 거쳐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유럽으로 가는 꿈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신북방정책으로 추진하는 조선·항만·가스 등 9개 분야에도 철도분야가 포함됐다.

    지난해 말 북방위는 오는 4월까지 북방경제협력 5개년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했다.

    철도분야는 이달 6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취임하면서 철도 북방정책이 본격 이슈화하기 시작했다.

    오 사장은 취임사에서 남북·대륙철도 진출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남북대화의 기회를 지키는 게 코레일의 몫"이라며 "남북철도 복원과 대륙으로의 운송이 가능한 철도 중심 물류체계에 코레일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철도 복원 문제는 엄밀히 말해 코레일이 아닌 철도공단 소관 업무다.

    하지만 오 사장은 16대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청년위원장,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각각 지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기 의장 출신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전문가는 아니나 청와대 의중을 살펴 정책을 펴는 데 있어 무리는 없어 보인다.

    공석이던 철도공단 이사장에는 지난 14일 김상균 전 부이사장이 취임했다.

    오 사장과 달리 김 이사장은 철도청 시절부터 30여 년간 철도 한 우물만 파온 전문가다.

    김 이사장은 남북철도 연결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었다. 지난 26일 국토교통부를 방문했을 때는 기자들과 만나 "여건이 성숙하면 남북철도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몇 년간 중단됐던 코레일과의 양 기관 월례회의를 국토부까지 포함하는 삼자 협의로 확대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부, 코레일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이어서 여러모로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달 무더기 공석이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신임 원장 7명을 선임했다. 철도연 원장에는 나희승 수석연구원이 선임됐다.

    나 원장은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철의 실크로드 심포지엄 사무국장, (사)한국유라시아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한반도종단열차(TKR)와 관련해 'TKR건설-한반도 종단철도, 북한을 열고 세계를 묶다'라는 책을 냈었다.

    2014년에는 철도연 미래수송시스템연구단TF 소속으로 '궤간가변 고속대차' 개발에 성공한 주역이었다. 궤간가변 고속대차는 철길 궤도의 두 쇠줄 사이 너비가 표준인 1.435m보다 넓은 러시아철도의 광궤(1.520m)와 표준인 한국철도의 궤도를 모두 달릴 수 있다.

    한국철도가 북한을 통과해 러시아로 운행할 경우 철도 궤도의 폭이 달라 러시아 국경에서 환승이나 환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궤간가변 고속대차는 궤도 폭이 달라지는 지점에서도 열차가 바퀴를 교환하려고 멈출 필요 없이 시속 10~30㎞로 운행할 수 있어 바로 유럽까지 달릴 수 있다.

    당시 홍순만 원장은 "한·러 철도 연결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 원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한국 경제의 활로? 남북경협에 묻다'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철도 산업은 경색국면에서 새로운 남북 관계, 나아가 동북아협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남북 관계가 전환점을 맞은 현시점에 미리 중장기 철도사업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강원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북방경협 철도부문을 책임질 트로이카 철도기관의 수장이 추진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짜진 셈이다.

    여기에 송 위원장이 마부나 협력자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신북방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송 위원장은 최근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과 관련해 "분위기가 나아졌고, 여러 복안을 갖고 있다"며 "북측과 직접 접촉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직접 창구가 개설되지 않아 우선은 다음 달 7일 러시아 철도청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이후 우리나라는 회원 가입을 위한 OSJD 사장단·장관회의에서 번번이 북한의 반대로 미역국을 마셨다. 이에 북한의 반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만장일치제인 OSJD 의결조건을 4분의 3 찬성으로 완화하는 정관 개정 전략을 펴왔다. 정관 개정은 회원국 비준 등을 거쳐야만 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오는 4월과 6월 예정된 사장단·장관회의에서 속성으로 가입하는 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오영식·김상균·나희승 트로이카와 송영길 위원장이 북방철도 진출과 관련해 어떤 팀워크를 보여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