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지역 한정, 심사기준 대학순위 적용도 시비
  • ▲ 육군종합군수학교 국방경영공학과 개설 제안 요청서. 학과 개설과 관련해 종군교는 신청 가능 기관을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명시하고, 1단계 심사 기준을 QS 등 순위에 따라 배점을 차등하기로 했다.
    ▲ 육군종합군수학교 국방경영공학과 개설 제안 요청서. 학과 개설과 관련해 종군교는 신청 가능 기관을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명시하고, 1단계 심사 기준을 QS 등 순위에 따라 배점을 차등하기로 했다.


    육군종합군수학교가 군 자원전문가 육성을 위해 '국방경영공학과'(가칭) 개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수도권 대학에만 신청 자격을 부여해 지방대 홀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심사 배점 기준에서 세계 대학 순위를 반영하겠다고 밝혀 공정평가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육군종합군수학교는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국방경영공학과 개설 제안 요청'서를 보내고 민·군 합동 학위과정(석사) 운영 계획 등을 안내했다.

    대전에 위치한 육군종합군수학교는 육군 수송병과를 다루는 학교부대로 석사 과정 개설을 통해 직무보수 교육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군수학교는 합동과정 신청 대상으로 △고등교육법 제2조에 규정된 대학 중 서울 또는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교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고등교육기관 중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관 등으로 명시했다.

    앞서 진행한 제안 사항에서는 지역에 대한 조건이 없었지만, 재공고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 소재 대학을 특정했다.

    육군종합군수학교 관계자는 6일 "1차 제안요청서 접수를 통해 복수 대학과 협의를 진행했다. 서울·수도권 대학과 협의 중 이수학점 이견으로 협약(MOU) 체결은 취소했으며, 대전·충청권 대학은 협의 과정에 있다. 학교 내부 및 법률 검토를 통해서 서울·수도권을 대상으로 재공고를 시행했다. 대학 여러 곳이 제안서 제출 의향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등 수도권 소재 대학과 학과 개설 협의가 무산되면서, 재공고를 통해 해당 지역에 한해서만 지원 자격을 제한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대학가에서는 특정 지역에 소재한 기관에만 자격 조건을 부여한 것은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방 소재 A대학 관계자는 "공적인 사업을 추진할 때 지역적인 부분에서 이유 없이 자격 제한을 둔다면, 역차별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방대 관계자도 "구체적인 내용은 살펴봐야겠지만 지역을 한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평하게 지원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육군군수종합학교는 또 합동 석사과정 설치에 따른 평가 기준으로 1단계 '대학자격심사'를 강조하면서 심사 기준으로 최근 발표된 세계대학평가인 영국 고등교육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와 국내 C언론사 대학종합평가 순위를 제시했다.

    1단계 총 배점은 60점으로 교과체계·교수진·학비감면·학사운영계획 등을 다루는 2단계 제안서 평가(40점 만점)보다 높다.

    대학자격심사 평가 점수는 QA 종합순위 1~100위는 10점, 701위 밖은 8.8점을을 부여한다. QS 경영학 분야와 산업공학분야는 각각 1~100위 15점·301위 밖 13.8점, 국내 B언론사 대학종합평가  1~10위 20점·41위 밖 18.4점 등 순위에 따라 점수를 달리했다.

    2018 QS 세계 대학 종합 순위를 살펴보니 100위권 내에는 서울대(36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41위), 고려대(90위) 등 3개교만 이름을 올렸다. QS 700위 내 서울 등 수도권 소재 대학은 11개교로 이외 수십개 대학은 합동 교육과정을 신청해도 최하 점수를 받게 되는 구조다.

    QS 경영학, 산업공학의 경우 300위권 대학은 각각 9개교, 14개교로 이중 8개교, 9개교만 수도권 소재 대학이었다. 작년 10월 발표된 B언론사의 대학 종합순위는 61개교만 평가됐으며, 30위까지 공개된 순위에서 8개교는 비수도권에 둥지를 틀고 있다.

    순위에 따라 점수를 차등한 것에 대해 대학들은 정작 교과운영 등의 중요 요소를 외면하고, 대학 자체를 서열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순위에 따른 점수 배점은 대학을 서열화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잘하더라도 순위에 없다면 점수를 많이 받지 못할 것이다. 순위에 비중을 크게 둔다면 서울권 대학 중에는 극히 소수만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C대학 관계자는 "학과를 설치한다면 대학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국내 대학이 세계 순위에 포함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는 학교가 많다. 대학 순위을 가지고 평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특정 학교를 뽑으려는 거 같다"고 전했다.

    국내외 대학 순위에 비중을 높게 둔 이유에 대해 육군종합군수학교는 '우수 대학'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육군종합군수학교 측은 "군수학교 또는 군에서 대학의 우열을 판단하는 것은 제한된다. 이에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은 객관정 평가로 QS 순위와 국내 일간지 평가를 준용해 학과 개설, 운영을 위한 우수한 대학으로 범위를 넓히고자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