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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브랜드 '아이원'으로 잘 알려진 풍림산업이 M&A 매물로 나왔다. 건설 M&A시장 '큰 손'인 SM(삼라마이다스)그룹이 인수자로 나설 수 있을 것인지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수시 업계 15위 진입 가능성이 예상되지만, 반대로 빈약한 수주고와 적잖은 변제금액으로 선뜻 나서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풍림산업이 2012년 이후 두 번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서울회생법원 제1부는 "종전 회생계획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변제해야 하는 회생담보권 및 회생채권 약 1300억원을 변제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변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회생절차 개시결정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23일까지 풍림산업의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 주식·출자지분에 대한 신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24일부터 4월9일까지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풍림산업 측은 "2012년 5월 회생절차 개시 이후 채무상환을 위해 미회수 채권을 회수하고 신규공사 수주와 원가절감 등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고 채무변제 대상금액이 늘어나면서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며 "보증업무와 신규공사 수주 감소로 매출이 떨어지고 미상환 부채 금액 증가로 회사 존립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회생신청 이유를 밝혔다.
풍림산업은 회생계획안 인가 전 M&A를 추진하고 있다. 매각주간사는 조사위원으로 선임된 삼일회계법인이 맡았다. 삼일회계법인이 실사를 통해 조사보고서 작성과 함께 잠재 인수후보군 선별 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공고는 이달 중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풍림산업이 매물로 등장하면서 건설업계와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SM그룹이 인수자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M그룹은 등장하는 법정관리 건설 매물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풍림산업이 아파트 건설뿐만 아니라 토목·플랜트 공사 등도 수행한 경험이 있는 만큼 대형 종합건설사로 키우겠다는 우호현 SM그룹 회장의 관심을 끌 것이라는 판단이다.
만약 SM그룹이 풍림산업을 인수할 경우 현재 보유한 6개 건설 계열사를 포함, 총 시공능력평가액이 1조7582억원대에 달한다. 현재 시공능력평가 15위인 금호산업의 시평액 1조6445억원보다 높은 셈이다. 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SM그룹은 M&A시장에서 법정관리 중인 다수의 중견건설사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삼라건설(현 우방건설)을 모태로 시작한 SM그룹은 2004년 진덕산업(현 우방산업)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M&A시장에 뛰어들었다.
2011년 신창건설(현 우방건설산업)을 사들였고, 2016년에는 성우종합건설·태길종합건설·동아건설산업 등 세 곳의 건설사를 잇달아 품에 안았다. 주택사업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이 목적이었다.
실제로 태길종합건설의 경우 국내 항만공사 실적을 가진 업체 중 수주실적 1위를 기록한 기업이며 동아건설산업도 2016년 말 기준 매출 비중 가운데 토목이 55%, 플랜트는 3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해외건설업 1호 면허를 보유한 경남기업을, 지난달에는 국내 최초로 중동에 진출한 삼환기업을 각각 사들였다.
이외에도 삼부토건·현진·대우조선해양건설 등 다른 법정관리 매물에도 관심을 보였지만, 여건상 뜻을 이루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2년 대한건설협회가 1962년부터 50년간 시평액 상위 30개 업체 변동을 분석한 결과 현대건설·대림산업·경남기업·삼환기업·풍림산업 등 5곳이 '장수건설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M&A가 성사되면 '5대 장수건설기업' 중 3곳이 SM그룹 품에 안기는 셈이다.
풍림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승승장구하던 기업이었다. 1954년 설립된 풍림산업은 토목·건축 사업에 주력해왔다. 1990년대 주택 분야로 진출했고, 2001년에 주택 브랜드 '아이원'을 내놓고 아파트 건설사업을 이어왔다.
2008년 당시 시평순위는 19위로, 현재 11~20위권에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14위 △한신공영 16위 △계룡건설산업 17위 △한라 18위 △태영건설 20위 등보다 높은 자리에 있었다. 2010년에는 사상 최대 시평액인 1조401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7년도 시평액 기준으로는 22위인 쌍용건설 1조3507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2009년 1월 기업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선정됐고 같은 해 4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을 체결해 경영정상화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공사미수금이 증가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관련 보증채무가 현실화되면서 2012년 4월 부도를 맞았다. 이에 풍림산업은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했고, 첫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시장에서도 퇴출됐다.
법정관리 돌입 1년여 만인 이듬해 4월 법원 판단으로 조기 졸업했다. 법원은 풍림산업이 회생계획대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풍림산업의 자생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졸업 초 잇달아 공공공사 수주에 성공하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성장세가 이어지진 못했다. 2014년 321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흑자를 달성했지만 2015년 10억원, 2016년 604억원 등으로 순손실이 확대됐다. 시평액은 2397억원으로 쪼그라들었으며 순위도 99위까지 밀려났다.
2016년도 사업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뒤 회사 신용도는 더욱 하락했다. 신규수주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순손실은 298억원이며 총부채는 3099억원에 달한다. 2년 연속 순손실로 적자가 쌓이면서 잉여금과 납입자본금이 바닥났다. 풍림산업은 3분기 기준 총자본이 마이너스(-) 68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수주산업인 건설업 특성상 법정관리 중인 업체가 신규수주를 따내기 어렵다보니 수주잔액도 지속 감소세에 있다. 2013년 첫 법정관리 졸업 이후 수주경쟁력을 소폭 회복했으나, 법정관리 이전과 격차가 크다.
최근 3년간 누적 신규수주액은 1896억원으로, 연 평균 632억원가량을 수주했다. 법정관리 돌입 전인 2011년 신규수주액은 5367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신규수주 부진으로 수주고 역시 해마다 감소했다. 수주 가뭄 속에 수주잔액은 2014년 3조4649억원 2015년 1903억원 2016년 1조8704억원에 이어 지난해 3분기 1조8563억원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문제는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 사업장이 다소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수주잔고는 이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풍림의 수주잔고에는 불확실성이 큰 재건축과 조합원아파트 사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이들 사업장은 대부분 수년째 시작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풍림산업이 수주한 재건축·조합원 아파트는 2013년부터 꾸준히 수주잔고로 잡혔다. 2013년 2조7148억원, 2014년 2조7196억원 등이다. 2조원 중반대를 유지하던 재건축·조합원 아파트 수주잔고는 일부 사업이 중단되면서 2016년 1조원가량 급감했다. 나머지 1조4000억원대에 달하는 일감도 착공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를 감안한 실질적인 풍림산업의 수주잔액은 3분기 기준 3773억원에 불과하다. 향후 대규모 신규수주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수주잔액 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신규수주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실적도 덩달아 감소했다"며 "지금 상태에서 풍림산업은 M&A를 통한 근본적인 재무개선이 없는 이상 독자 생존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부실 PF사업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매각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부 PF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연대보증을 섰던 풍림산업에게 고스란히 빚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PF사업장은 모두 7곳으로 △금강 엑슬타워 △전주 중화산 아파트 △원주 태장동 아파트 △마전 5차 아파트 △김해장유 아파트 △김포 운암 아파트 △울산 신정동 아파트 등이다.
이들 PF사업장에 대한 지급보증 채무가 현실화될 경우 풍림산업 매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PF사업장 부도로 인해 지급해야할 보증 채무액은 20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체로 지급보증 채무가 회생채권으로 분류돼 현금 변제율이 20%에 불과하고 미확정 추정액이지만, 확정되는 지급보증 채무액만큼 인수자가 변제해야 되는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풍림에 대한 실사 결과에 따라 채무 규모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며 "문제가 된 PF사업의 사업 주체가 전부 부도가 난 터라 풍림이 빚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업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보니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