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스커버리 지주사 전환… 지배구조 '교통정리' 필요최태원, 반도체공장 공사 등 시너지효과 기대해 볼만최창원, 2년전 건설부문 지분정리… 수천억 마련해야
  • ▲ 서울 종로구 소재 SK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종로구 소재 SK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SK건설의 기업공개(IPO)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SK디스커버리의 지주사 전환으로 지배구조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업계에서는 경영권을 누가 갖게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현재 중기적 계획으로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건설은 올해 연간 사업계획서에 IPO 추진안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2017년 회계연도 결산을 마무리한 뒤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증권사에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도 이미 SK건설 상장 주관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1990년대 말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리사주를 발행하는 등 회사 내부적으로 IPO 언급이 나왔던 것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명문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간 계열분리에 따른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SK디스커버리의 지주사체제 조기안착 등을 고려한다면 내년까지는 완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SK건설의 상장은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다"며 "건설사의 실적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SK건설은 모기업인 SK케미칼의 지주사 전환으로 지분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말 지주회사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 'SK케미칼'로 분할됐다.

    SK건설의 1·2대 주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주주인 SK㈜(44.48%)와 최창원 부회장이 대주주인 SK디스커버리(28.25%)다. SK㈜는 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등을 거느린 지주사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해 12월1일자로 지주사로 전환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복잡해졌다. 지주사는 다른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9년 12월까지 SK㈜와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 지분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두 곳 중 한 곳은 SK건설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상장을 통해 지분 중복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가 상대회사의 SK건설 지분을 인수하려면 수천억원이 들어 재무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SK건설의 지분가격 책정 과정에서도 공정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나 대기업의 내부거래 단속에 집중하는 현 정부의 기조를 고려하면 사촌간의 지분거래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상장을 한 뒤 보유주식을 시장에 내다파는 구주매출 방안이 고려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느 곳이 SK건설의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건설은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계열분리설이 제기될 때마다 항상 입에 오르내렸다. 그간 직접적으로 경영에 깊숙이 관여한 최 부회장이 SK건설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최 회장은 2000년 이후 SK건설 경영을 최 부회장에게 사실상 맡겨왔다. 최 부회장은 2000년 SK건설에 기획실장 전무이사로 입사했다. 2000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기획실장과 사장실장 등을 맡았다. 2006년 12월 SK건설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08년 5월에는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맡아 SK건설 경영을 전면에서 이끌었다.

    하지만 2013년 최 부회장이 SK건설 이사회 의장과 부회장에서 물러나는 등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2016년에는 보유하던 SK건설 지분 4.55%까지 모두 매각한 것을 고려하면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최 부회장이 SK건설에 큰 미련을 품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13년 당시 5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 부회장이 물러났다"며 "그 해 단행된 유상증자에서 SK㈜의 지배력 강화가 더해지면서 당연시 됐던 'SK케미칼→SK건설'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 경력을 놓고 보면 SK디스커버리의 SK건설 지분 보유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할 수 있지만 자금력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을 계열사로 두기 위해서는 5000억원 이상 자금이 필요하다. SK디스커버리가 2000억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버거운 규모다.

    최 부회장이 SK케미칼을 통해 화학과 제약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점에서도 연관성이 낮은 건설을 떠안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반대로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는 SK건설 경영권을 갖고 가는 것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데, SK건설이 반도체공장 건설공사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3분기 기준 SK건설이 진행 중인 SK하이닉스 발주공사는 모두 3건으로 규모는 총 2조1843억원에 달한다. SK건설의 지난해 매출액(SK㈜ 감사보고서 기준)은 7조3160억원으로, 연간 매출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가 도시바 메모리 지분 15%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3조원가량이 필요하다. 미래에셋대우 등 국내 금융기관에서 투자를 받더라도 SK㈜는 적어도 1조원 중반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SK㈜는 계열사의 배당을 늘리거나 비상장사를 상장시켜 현금을 늘리고 있다.

    SK건설 입장에서도 최 회장 품으로 편입되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경우 조달금리와 신용등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SK건설의 신용등급은 'A-'이며 SK㈜는 'AA+', SK디스커버리는 'A'다. SK㈜로 편입되면 신용등급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SK건설이 SK디스커버리 소속으로 편입되는 순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금리도 1%p 이상 올라갈 것"이라며 "PF 조달 창구가 아예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SK그룹 측은 "SK건설 지분을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로 상장이 거론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지분 해소 방안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와 SK디스커버리 가운데 어느 곳으로 SK건설 지분을 정리할 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추후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IPO가 성공하면 SK건설의 재무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건설의 유동비율은 116%, 부채비율은 268%, 차입금의존도는 51.6%다. 세 항목 모두 시공능력평가 상위 11개 건설사 평균을 웃돈다. 11개사 평균 유동비율은 123%, 부채비율은 126%, 의존도는 27.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