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보수 축소 및 이사회 확대 승인, 액면분할 의안 결의중국 반도체 굴기 걱정, 미래먹거리 발굴 힘써달라 요구도최대 실적, 주주가치 제고 만족…"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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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49기 정기 주주총회는 중국의 반도체 추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이후 미래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걱정과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덕담 및 응원의 목소리가 공존했다.첫 번째 질문에 나선 주주는 "삼성전자가 작년에 최대 성과를 이뤄 주주가치를 높여준 것에 경영진들에 감사드린다"며 말을 꺼냈다.이 주주는 "반도체가 최대 성과를 이뤘는데, 최근 뉴스를 보면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200조 이상 투자하면서 반도체 굴기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 입장에서 걱정이 되는데 어떤 대응이 있는가"고 물었다.이에 대해 김기남 DS부문장(사장)은 "최근 중국업체들이 메모리와 전체 반도체 부문에 진입하는게 사실"이라며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기술 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김 사장은 이어 "단기간에 대규모의 투자만으로는 기술 격차의 벽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우리는 자만하지 않고 더욱 기술 개발을 가속해 어떤 상황에서도 경쟁력과 차별화가 유지돼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의 답변에 주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이달 초 발생한 평택 반도체 공장 정전 사고에 대한 질책도 나왔다. 한 주주는 "평택 반도체 공장에 사내 변전소 문제로 500억원 손해가 났다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김 사장은 "새로운 환경과 조건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직접적인 손해는 500억 가량으로 예상된다"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대책을 강구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경영진에 대한 격려의 목소리도 줄을 이었다.자신을 관악산에서 내려온 산신령이라 소개한 주주는 "야단치러 왔다가 더 크게 번영하라는 의미로 덕담하고 가겠다"며 "그동안 대한민국울 먹여살리느라 고생했다. 누군가는 삼성을 비난하지만 삼성전자가 대한민국을 이끈 건 사실이다. 더 힘써달라"고 말했다.또 다른 주주도 "주주 토론방에 가면 삼성전자를 욕하는 이들도 많지만, 삼성전자가 세계적으로 대단한 기업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며 "머슴일도 대감집에서 하라는 말이 있다. 더욱 발전하는 기업이 돼 달라"고 했다.삼성전자는 이날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발행주식 액면분할과 정관변경 의안을 결의했다.
주주들은 사내·외이사의 보수한도를 종전의 550억원(일반보수 300억원+장기성과보수 250억원)에서 465억원(일반보수 375억원+장기성과보수 90억원)으로 줄였다. 또 이사회 규모를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기존 4명, 5명에서 각각 1명씩 늘렸다.올 초 공개된 50:1 액면분할도 결의됐다. 삼성전자 주식 액면가액은 주당 5000원에서 100원으로 축소된다. 발행주식 총수는 보통주 기준 1억2838만6494주에서 64억1932만4700주로 대폭 늘어난다. 액면분할된 주식은 5월 중순쯤부터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인을 소액주주라 소개한 주주는 "어려운 결정을 해줬다. 저같은 소액주주들에게도 좋은 기회를 줬다. 감사하다"고 했다.상정된 의안은 주주들의 제청을 거쳐 무리없이 통과됐다. 상정된 안건에 대해 한 주주는 "세계 경기가 안좋고 대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좋은 성과를 내주셔서 주주로 감사의 말씀 드린다"며 "배당도 늘려주고 주식도 분할해주신다고 해서 주주로 아주 기쁘다. 박수로 통과해줄 것을 동의한다"고 했다.이사회 의장으로 연단에 오른 권오현 회장은 "올해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회사의 경영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클 것이며, IT 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는 회사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회사와 임직원 모두 철저한 준비와 도전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중장기 성장 기반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주주 여러분과의 소통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한편 이날 주총에 이재용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을 앞둔 만큼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9시에 시작한 주총은 2시간 동안 진행돼 11시경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