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관성 유지 못해… '빚내서 집 사라' 부적절"현정권 코드인사 등 편파적 판단에 비판 목소리도
  • ▲ 김남근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남근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가 과거정권 때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해 벌였던 대출 및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잘못된 행정관행이었다고 규정했다. 이를 놓고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현 상황만을 잣대로 과거정책에 대해 판단한 것은 편파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는 29일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구성돼 과거 주택정책과 아라뱃길 사업 등에 대한 검토를 벌였다. 민간전문가 9명과 국토부 실·과장 5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된 혁신위는 4개월 동안 14차례 회의에서 주택 정책을 비롯해 재건축 제도·철도 외주화·교통 민자사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가운데 1차로 논의를 마친 주택 정책과 재건축 제도·아라뱃길 사업·친수구역 등에 대해 문제점과 개선과제 등을 이날 내놨다. 다른 부처들도 이와 비슷한 위원회를 구성해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발굴하고 개선안을 도출하고 있다.

    위원회는 먼저 "과거 정권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 폐지 등 규제 완화 위주의 정책을 펼쳐 무주택자 등 서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정책 기조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주택 매매수요를 부양하기 위해 저리 대출을 지원하거나 대출규제를 풀어준 이른바 '빚내서 집 사라'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위원회는 "가계부채가 급속히 늘어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매매수요 창출을 위해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정책을 추진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대주택 등록활성화 방안에 따라 2022년까지 사실상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되는 임대주택을 확보하고 임대주택 등록의무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 것도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위원회는 "재건축 안전진단 등은 노후 불량주택의 효율적인 개량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과거 정부는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려고 안전진단과 연한 기준을 완화하고 부담금 부과를 유예하는 등 제도의 본 취지와 무관하게 일관성 없이 제도를 운영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오늘 발표 내용 외에 철도 외주화와 안전 문제, 교통 분야, 민자사업 분야 등은 논의가 되는대로 2차 발표할 계획이다.

    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과거 추진정책에 대한 성찰 외에도 분야별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과제를 추가 발굴하고 개선 권고안을 마련해 국토부 장관에게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위원회의 이날 발표가 편파적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부동산 부양 대책은 하우스푸어 등 당시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에 강구된 것인데, 지금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잘못된 행정 관행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토부가 내놓은 답변은 △전매제한 △청약규제 △대출규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등 현 정권 들어 강화한 각종 규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위원회가 과거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 국토부는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답하는 식이다.

    발표장 곳곳에서 "이런 식으로 굳이 위원회까지 구성해 대안도 없이 과거 정권 욕을 해야 하느냐"고 비판이 쏟아졌다.

    민간위원 9명이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 위주로 구성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됐다.

    김남근 위원장은 "과거의 부동산 정책 전체가 문제 있다는 것은 아니다"며 "부동산 정책은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 정책과 투기억제책 등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