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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요 금융회사의 첫 평가표가 공개됐다. 관심은 당연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 간 1분기 실적이었다.
단순히 총량으로 봤을 땐 KB금융지주가 약 980억원 앞섰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명동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 1150억원이 포함된 결과다.
즉, KB금융 입장에선 확실하게 라이벌을 앞섰다고 하기엔 조금 이르다는 평가다.
◆은행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중요
두 금융지주회사가 지난해에 이어 1분기에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은 은행의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민, 신한은행은 저금리 상황에서도 대출 수요가 이어지면서 이자마진이 늘어난 탓도 있다.
실제 은행 이익에 힘입어 KB금융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1.3%, 신한금융은 18.9%(일회성 요인 제거)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수익을 벌긴 힘들어 보인다.
1분기에도 이 같은 조짐은 예고돼 있다.
KB금융의 1분기 NIM은 2%대, 신한금융은 2.10%에 머물고 있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소폭 상승할 수 있으나 그만큼 연체율 상승도 고민되는 만큼 큰 이익 기대를 하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적에서 KB, 신한금융지주의 주력사인 두 은행이 모두 실적을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하지만 더 이상 수익을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다. 은행 기초체력이 많이 탄탄해졌다는 데 확인만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분기부터는 비은행 계열사의 힘이 필요해 보인다. 두 회사 모두 강점이 있는 비은행 계열사가 다른 만큼 사업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활용하는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는 손보, 신한은 카드서 강점…생명은 모두 취약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 효자는 두 회사 모두 다르다.
일단 KB금융의 경우 올해는 KB손보가 차지했다. KB손보는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9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완전자회사로 탈바꿈하면서 수수료 증대와 함께 그룹 이익에 크게 이바지한 것이다. 반대로 기대를 모았던 KB증권의 경우 기대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KB증권은 자산관리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IB부문에서 15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은행과 연계한 WM, CIB 영업이 안정괘도에 올라가면 분기당 900억원 이상은 거둘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2분기부터 증권, 손보, 카드로 이어지는 트로이카의 저력이 기대되는 이유다.
신한금융에선 신한카드가 은행만큼 중요한 계열사로 꼽힌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알짜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신한카드 외 신한금융투자도 깜짝 실적을 달성하며 그룹에 힘을 실어줬다. 신한금융투자는 1분기 9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대비 111% 상승한 수치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적극적은 투자에 나서며 수익을 대폭 늘렸다는 평가다.
KB금융이 트로이카라면 신한금융은 쌍두마차의 실적이 상반기 키포인트란 얘기다.
이처럼 라이벌 금융지주회사의 강점은 분명하다.
단 약점은 모두 같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그룹 포트폴리오상 생명사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근 매물로 나온 ING생명에서 인수대상자로 KB, 신한금융지주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KB, 신한금융지주 모두 생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진 못하고 있다”며 “은행을 이용한 연계영업 외 자체 영업력을 키워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가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ING생명 인수에 적극적이진 않다. 만만치 않은 비용도 문제지만 꼭 국내에서 먹거리를 해결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