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새 직불금 체계, 2020년 예산부터 적용"농협 "농가 소득 감소 없을 것" 기대

  • ▲ 정부가 오는 연말까지 새로운 쌀 직불금제 개편안을 내놓기로 공식화했다. ⓒ 뉴데일리
    ▲ 정부가 오는 연말까지 새로운 쌀 직불금제 개편안을 내놓기로 공식화했다. ⓒ 뉴데일리


정부가 오는 연말까지 새로운 쌀 직불금제 개편안을 내놓기로 공식화했다. 19년째 쌀이 과잉 공급되는데 정부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개편 방향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전금액이 줄어드는 농가와 농업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게 중론이다. 쌀 과잉생산을 줄이고 정부의 재정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전체 지원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대표 공약인 '2020년 농가소득 5천만원' 목표도 영향을 받게 됐다. 


◇ "새 직불금 체계, 2020년 예산부터 적용"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9일 기자간담회서 "연말까지 새로운 직불제 시안을 만들고 내년에 공청회 등을 통해 2020년 예산에 적용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직불제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정책자금이 농가에 나가지만 효과가 크지 않아 가급적 필요한 부분에 직접 지불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공익 지불을 어떻게 설계하고 디자인해서 쌀직불금을 어떻게 바꿀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직불제 등을 통해 가격을 유지하고 과잉공급량은 매수해 비축하고 있다. 쌀값이 정부가 정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제도가 변동 직불금제도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시장경제에 역행한다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61.8kg으로 첫 쌀 소비량 통계가 나온 1970년 136.4kg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매년 쌀 소비는 줄어들고 있지만 정부의 직불금 제도가 오히려 쌀 생산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쌀 과잉에 따라 정부의 부담은 매년 가중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직불금으로 1조4900억원, 쌀 매입비 7677억원, 공공비축 2532억원 등을 썼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새 직불금 체계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 농가소득 5000만 휘청? 농협 "소득 줄지 않을 것"

업계에서는 정부의 제도개편이 쌀 과잉생산을 줄이고 재정 부담을 완화시키는데 방점이 찍힌만큼 전체 지원금의 형태나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해 벼 농가에 지원금을 주고 다른 작물 재배를 유도했으나 참여가 저조에 실효성 있는 정책변화 요구가 한층 높아진 상태다.  

김병원 농협 회장은 2년 전 취임때부터 2020년까지 '농가 소득 연간 5천만 시대'라는 목표를 제시해왔다. 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가소득은 3900만원으로 올해는 최대 4300만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 ▲ 김병원 농협 회장은 2년 전 취임 당시부터 2020년까지 '농가 소득 연간 5천만 시대'라는 목표를 제시해왔다. ⓒ 뉴데일리
    ▲ 김병원 농협 회장은 2년 전 취임 당시부터 2020년까지 '농가 소득 연간 5천만 시대'라는 목표를 제시해왔다. ⓒ 뉴데일리


  • 2020년 목표치 이루기 위해서는 농산물 가격이 물가 상승률에 맞춰 올라가야 하지만 직불금이 축소될 경우 농가 소득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농협은 올초 농업가치 헌법 반영을 위한 전국민을 대상으로 1100만명의 서명을 받았으나 개헌이 무산되는 일도 겪었다. 김 회장은 1호 서명에 이어 직접 거리 홍보전에 나서기도 했었다. 

    모처럼 안정적인 경영체제속에 웅비를 꿈꾸던 농협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아직 농협 내부에서는 정부의 직불금 개편이 농가소득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농가 입장에서는 현재보다 소득이 떨어져서는 제도개편의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농가 소득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간다면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직불금 지출을 줄이려면 시장가와 목표가의 차이를 적게 유지해야 하는데 수급균형이 먼저 맞아야 한다"면서 "현재 쌀에 집중된 지원책을 다른 작물로 균형을 맞추는 게 필요한데 일시적인 정책으로는 농민들이 작물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