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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한달 앞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게 될 삶과 근무환경의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 등 부정적 영향도 예상되고 있지만, 워라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기대반 우려반이 공존하고 있는 곳도 있다. 주52시간 시행이 가져올 각 분야별 변화를 기획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대학입시 시즌을 맞이하면 입학처는 야근에 주말 근무 등으로 정신이 없다. 입시 상담에 서류 정리, 시험 감독 등의 업무가 한꺼번에 몰리면 '저녁 없는 삶'을 맞이한다. A대학 입학홍보처 직원 B씨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이 적용될 경우, 법적 기준에 맞춰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남들이 볼 때 입학 업무는 단순히 상담만 담당하는 듯 보여지지만 주말에 진행되는 입시설명회, 실기고사, 행정 업무 등도 손수 챙겨야 한다. 그나마 학기 중에는 다소 여유가 있다. 허나 입시 준비에 집중해야 하기에 남들과 동일하게 근무에 나선다. B씨는 대학본부에서 어떠한 근무 기준을 마련해줄지 바라만보고 있는 상황이다.
입학사정관은 지원자의 학생부, 자기소개서 등을 평가해 선발 여부를 가늠하는 업무를 맡는다. 입학사정관 C씨는 지원자가 몰릴 경우 원서접수 마감 후 합격자 발표 전까지 하루 16시간 근무도 허다하다. 주 52시간이 적용될 경우 3일 내에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학생 진로가 달려있기 때문에 실수 없는 점검 등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에 잠시 대체인력을 투입하기도 어렵다. 초과 근무가 있을 경우 수당 지급은 당연하지만, C씨 입장에서는 새 근로시간 기준에 맞춰 업무에 나서게 된다면 입시 일정이 늘어나길 기대해야 한다.
일반대와 달리 사이버대 1·2학기 신·편입생 모집은 입시 일정이 각각 2~3개월씩, 연중 절반은 학생 선발이 진행되는 구조다.
사이버대별로 다르지만 원서 마감일을 앞두면 서류 작업 등으로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거나 주말 전화 상담, 야간 인터넷 상담 등으로 학생 모집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한다. D사이버대 입시팀의 한 직원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탄력근무제로 법정 한도를 맞출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대의 경우 대체인력 많지 않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낼 정도다.
인건비를 받는 대학 연구조교의 근로시간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E대학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F교수는 연구조교의 근무 시간을 어떻게 나눌 지 고민에 빠졌다. 연구, 학업 활동, 행정 보조 등에 대한 시간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연구조교의 경우 성과를 올리기 위한 '밤샘연구'는 당연시됐다. 조교 G씨는 아예 연구실에서 살다 싶히 연구에 집중한다. 반면 연구 자체가 근로 활동으로만 간주될 경우, 주 52시간 적용 시 사실상 심야연구는 중단된다. 자발적 연구에 나서더라도 근로시간을 초과한다면 사용자가 처벌을 받기 때문에 교수, 연구조교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년 7월부터 대학은 주당 52시간으로 단축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준수해야 한다.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올해 7월부터 기존 68시간에서 줄어든 52시간 기준이 적용되지만 대학의 경우 특례업종에 포함되면서 1년가량 시행이 미뤄진 상태다.
근무시간이 줄어들 경우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대학 부서별 업무차를 고려하면 해결해야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에 대한 환영이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이어진 업무 형태를 봤을 때 새 기준에 맞춰 처리하기 버겁다는 의견이 오르내린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앞으로 인력 충원, 근로기준 가이드라인, 노조 협의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고민에 빠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