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력‧규제완화‧환경구축 모두 中에 뒤쳐져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지난해 12월 첫 출범
  • ▲ 지난달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R&D 단지에서 열린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해 집안의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R&D 단지에서 열린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해 집안의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이 미국은 물론 일본‧중국에도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향후 5년 뒤에도 이러한 결과는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견해다. 이들 나라 중에서도 중국의 기술발전이 유독 눈에 띈다. 실제 <뉴욕타임스>는 2016년 8월2일 기사를 통해 "모바일 분야서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는 것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중국'이다."고 못 박기도 했다. 중국의 혁신 신기술과 그들이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 보고, 우리나라 4차 산업 현주소도 분석했다.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전방위 대응체계를 갖춘 중국에 비해 각종규제 등 보완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우리나라 현실에 전문가들은 패권경쟁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 칸막이서 벗어난 다양한 발전계획이 등장하고 있지만 실행은커녕 오히려 당면한 과제해결에만 급급, 중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신산업동력을 얻기 위해 요구되는 규제개혁과 시스템 변화, 우수인력 육성, 간소화절차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 뒤통수만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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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지난 5월 내놓은 '4차산업혁명 대응계획'을 살펴보면 중국은 2016년 5월 인공지능(AI)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 7월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제시했다. 또한 이를 위해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윤리체계를 확립하기도 했다.

    또 지난 1월에는 '중국제조 2025'를 발표, 중국 산업고도화를 위한 규제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10월 21개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한 게 전부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가 구성된 것도 그로부터 2개월이나 지난 뒤였으며, 첫 결산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그로부터 6개월이나 지난 지난달 28일이었다.

    특위활동이 마무리 됐지만 뚜렷한 결과는 없다. 규제완화부터 보완까지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일례로 신규 정보통신융합기술‧서비스에 대한 신속처리 및 임시허가제는 활성화 되지도 못했고, 적용법령 중복규제로 시간 및 비용손실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법은 광범위한 제재로 데이터가치를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고 있다.

    AI가 학습하는 '딥러닝'에도 개인정보가 활용된다. 예컨대 안면인식 오류를 줄이기 위해 비식별정보를 이용, 많은 데이터를 통한 학습을 거쳐 보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는 식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규제와 관련해 많이 언급되는 것이 '개인정보'다. AI의 경우 학습을 많이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를 강하게 다루기에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개인정보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파기한다.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지난해 8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이 열린 스페인 바로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에서 중국의 한 드론 제조업체가, 드론 조종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8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이 열린 스페인 바로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에서 중국의 한 드론 제조업체가, 드론 조종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신‧물류‧항공산업 등에 접목할 수 있는 드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항공안전법‧항공사업법‧공항시설법‧군사시설보호법 등 온갖 법률이 뒤엉켜 있는 반면, 중국은 정부가 나서 규제를 완화해 현재 전세계 상업용 드론시장서 점유율 70%를 기록 중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은 "드론만 봐도 중국은 규제가 거의 없어 활성화된 반면 우리나라는 규제가 많아도 너무 많다"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규제를 없애자, 융합의 시대니 부처 칸막이를 없애자 말은 많이 나왔지만 고용지표가 안 좋으니 거기에만 매몰돼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실적으로 4차 산업혁명 계획이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추진해야 한다"며 "또 시행이 안 되면 어디가 막혀 있는지 파악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계획은 계획일 뿐 여러 정책을 말하고 있지만 대통령, 국무총리가 나서서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완화 뿐 아니라 기술개발과 인재육성에 대한 아쉬움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A대학 교수는 "인재를 육성하라고 정부는 이야기 하지만 정부 사업유치에 집중된 상황에서 연구, 후학육성에 어려움이 있다"며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 거론돼도 그때 뿐 제자리걸음"이라고 하소연했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기술개발을 위한 예산을 받으면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야만 한다"며 "실패하게 된다면 막강한 책임이 뒤따른다"고 귀띔했다.

    정부도 마냥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지난 1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규제품이나 서비스 등이 출시될 때 일정기간 기존규제를 유예, 면제해 주는 제도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병화 수원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AI, 빅데이터 등 모든 제조업으로 확장될 텐데 분야별로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일정부분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해주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정부 주도로 하고 있다.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임 교수는 "한국은 중국과 격차를 좁히긴커녕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인력이나 유능한 연구자들이 많다. 또 다른 국가 전문가들도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고 싶은 연구를 생각하는 것을 마음대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