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고교 입시, 대입 등 교육 정책이 잇따른 손질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이끌긴커녕, 입시 변화로 중3이 실험용 쥐(모르모트)가 됐다는 하소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자율형사립고·일반고 지원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교육부는 '이중 지원'을 금지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최근 자사고-일반고 이중 지원은 학생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관련 법 조항의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질 경우 일반고 임의 배정을 피하기 위해 중3 입장에서 이전과 다른 고입 전략을 세워야 했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헌재 결정에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과 함께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가운데, 올해 12월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도 중복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2일 "작년 12월 관련 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자사고 지원을 포기한 학생들이 많았다. 헌재 결정에 고입 준비에 고민이 많아졌다. 헌재를 뭐라 할 수 없다. 급하게 시행령을 만든 것이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작년 8월 교육부는 2021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1년 유예하면서 중3의 '모르모트' 논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교육부는 대입 개편안을 확정하긴커녕 늦추면서, 당시 중2는 올해 8월 발표되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맞춰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중3 자녀를 둔 직장인 A씨는 "과학고의 경우 전기모집을 진행하는데 준비 시간이 짧았다. 대입 개편안 등이 올해 8월이 예고됐기에 발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모르모트가 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교육 정책의 경우 혼란을 줄여가면서 판단해야 한다. 현재 상태에서 분명한 시행 방식의 변화가 있는지 숙지하고,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대한 판단의 몫이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대입 개편안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새로 등장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구조, 출제 범위는 또다른 논란을 야기시켰다.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공개한 2022학년도 수능 구조 및 출제범위 시안을 살펴보면, 국어·수학은 공통형과 선택형으로 실시하고 탐구의 경우 사회·과학을 한 과목씩 교차로 선택하는 방안이 등장했다.
현행 수능 국어는 공통형으로, 수항은 가·나형으로 출제되고 사탐·과탐은 각각 2개 과목씩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시안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어·수학 영역에 선택 과목이 적용하는 방향 등이 결정된다면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현재 수능 사탐, 과탐은 선택과목이다. 사탐은 생활과 윤리에, 과학은 지구과학에 쏠림현상이 크다. 본인이 좋아해서 과목을 선택한다면 교육적인 목적이 맞다. 하지만 아이들 생각은 아니다. 점수가 더 나오는 것에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된다"며 쏠림현상을 우려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개선방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2022학년도 대입안, 수능 개편 등 굵직한 입시 방향은 올해 8월께 확정될 예정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중3인데 너무 힘들어 한다. 불안하니깐 학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듯하다. 학교에서 1대 1 지원이 안되는 상황이다. 반면 학원은 1대 1 맞춤형이 가능하기에 사교육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혼란 없는 교육 정책을 펼쳐야 할 교육부가 학생, 학부모, 학교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방향을 설정하면서 혼선만 가중시키고 모습이다.
남윤곤 소장은 "중3은 아직 고교를 경험하지 않았다. 고교 현장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 현재 고1하고 커리큘럼이 달라진다. 학교마다 어떻게 커리큘럼을 정밀하게 짤 것인지 중요하다. 하지만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학교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대입안 등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흔들리지 않고 국어, 수학, 영어 등 교과 공부에 주력해야 한다. 자사고, 일반고를 가더라도 공부에 주력한다면 근본적인 부분을 지킬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혼란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