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하계휴가 종료 후 파업 예고… 일평균 매출손실 83억원조선 빅3 중 수주잔량 ‘최저’… 일감 없어 실적도 악화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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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이 노조의 전면파업과 일감부족이라는 악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활을 걸고 진행 중인 경영정상화라는 목표가 좌절될 위기에 놓였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하계휴가를 마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다시 전면파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어 사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가 임금협상과 함께 해양공장 중단에 따른 유휴인력 문제를 두고 회사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추가 파업에 나서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휴가 전 올해 협상을 끝내기 위해 유휴인력 전환배치와 일감배분이 포함된 고용안정 대책을 회사에 제안했다”며 “그러나 회사는 사실상 구조조정과 마찬가지인 무급휴직 방안만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휴가 전 실시한 전면파업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만큼 추가 실시를 계획 하고 있다. 아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장 가동을 멈추는 대규모 파업을 준비 중이라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9일 열린 제20차 교섭에서 노조에 해양플랜트 인력에 대한 무급휴직을 제안했다. 반면 노조는 무급휴직이 아닌 유급휴직을 실시하고, 조선 부문에서 남는 물량을 해양공장에 배정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뿐만 아니라 조선 사업부문도 일감이 부족하다”며 “조선에서 남는 물량을 해양공장에 넘기라는 노조의 주장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노사 분쟁이 격화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감부족이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금액 기준)은 조선 빅3 중 가장 낮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지난 6월 기준 111억8000만 달러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226억3000만 달러)과 삼성중공업(199억 달러)에 이은 3위다.

    이로 인해 일감이 없어 이달 말 가동이 중단될 해양공장뿐만 아니라 조선 부문도 도크 3개도 ‘개점휴업’ 상태다. 경영정상화로 2022년 매출액 7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현대중공업의 목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실적도 악화됐다. 매출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등으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선종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전략이지만, 파업에 발목이 잡혀 흑자전환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대중공업은 일감확보와 실적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2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셰브론의 ‘로즈뱅크 프로젝트’에 눈독을 들였다. 사실상 올해 남은 가장 큰 해양 프로젝트로 여러 글로벌 선사들이 수주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해당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중도탈락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로즈뱅크 프로젝트를 수주했지만, 당시 셰브론이 유가급락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기회를 놓친 현대중공업은 절치부심해 5년 만에 재차 도전장을 던졌지만, 대우조선과 싱가포르 조선사 ‘셈코프 마린’에 자리를 내줬다.

    증권가는 현대중공업이 잠시 해양플랜트 수주에 대한 기대감은 접어두고 상선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로즈뱅크 수주전 탈락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이 부진하지만, 상선 부문의 시장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해당 선종을 주력으로 수주해야 한다”며 “올해 하반기 컨테이너선과 MR탱커 등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와 지속적인 협상으로 올해 교섭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수익성 위주 영업활동 등으로 경영정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총 4차례(27시간)의 전면파업을 실시했다. 이 기간 발생한 매출손실은 일평균 83억원이다. 또 공정 차질로 선주와 약속한 인도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하루 마다 10억원의 지체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