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기존 5.26%→5.88%한 달 반 동안 334억원 투입주가 회복·지배력 강화 목적
  • ▲ 정기선 부회장. ⓒHD현대
    ▲ 정기선 부회장. ⓒHD현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최근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회사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책임경영을 실현하면서 그룹 내 영향력 확대에 나선 모양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부회장은 올 들어 4월 2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30거래일에 걸쳐 HD현대 주식 49만2746주를 장내 매수했다. 취득단가는 주당 6만4211원부터 6만9668원사이로, 총 334억원이 투입됐다.

    주식매수에 따라 정 부회장의 지분율도 기존 5.26%에서 최근 5.88%로 0.62%p 높아졌다. 지주사로서 HD현대그룹 최정점에 있는 HD현대 지분은 정몽준 이사장이 26.6%를 보유해 최대주주며 정 부회장 등 특수관계자가 36.94%를 가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08년 3월 KCC가 보유한 HD현대(당시 현대로보틱스) 지분 5.1%를 3540억원에 사들이며 국민연금에 이어 3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20년 상반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따라 지분율이 5.26%로 변화, 수년째 이를 유지해왔다.

    정 부회장이 6년여 만에 주식매입에 나선 배경에 대해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해서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HD현대는 앞서 지난 5월 선박 사후관리(AM·After Market)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당시 지주사 디스카운트 우려에 시달린 바 있다.

    실제 연초 주당 7만원을 웃돌았던 HD현대 주가는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을 앞둔 4월 한때 6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주식매수와 함께 이후 다시 올라 현재 6만9000원선까지 주가를 회복했다.

    정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을 공고히 하면서 지분율 확대로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오너경영 체제가 본격화했지만 지분율은 아직 5%대에 그친다.

    정몽준 이사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기 위한 자금 마련이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과제로 지목된다.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을 시 상속세는 8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정 부회장은 회사 지분율을 직접적으로 늘리고, 배당금 수령으로 승계자금을 마련할 전망이다.

    HD현대는 2018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다. 지난 2018~2020년 주당 1만8500원을 비롯해 2021년 5550원, 2022년 4600원, 2023년 3700원 등 현금배당을 시행하고 있다. 올 1분기에도 주당 900원의 분기 배당을 결정했다.

    정 부회장의 HD현대 주식매수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정기선 부회장의 주식 매입은 주가 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책임경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그 의지가 매우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부회장이 최근 주식매입에 투입한 300억원대 자금의 원천은 ‘증여를 통한 보유자금’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의 보유주식 중 45.7% 가량은 세금 납부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과 과세당국에 담보로 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