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러 대비 37년 만에 최저 수준 환차익 기대감은 불안감으로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없이는 '계속 추락'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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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화 가치 반등에 기대를 거는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이례적 '슈퍼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바닥을 넘어 지하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으로 키코(Knock-In Knock-Out) 사태를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27일 기준 약 1조2924억엔으로 조사됐다. 이를 지난 27일 기준 원/엔 재정환율 마감가(100엔당 864.37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11조1711억원 규모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올해에만 1594억엔(약 1조3778억원) 늘어난 셈이다. 예금 잔액이 증가한 것은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환차익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엔화 가치가 37년 만에 최저수준까지 밀리는 등 '슈퍼 엔저' 현상이 계속됐다. 

    지난 28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1엔을 넘어 1986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엔 재정환율 역시 같은 날 오후 100엔당 855.60원을 기록하는 등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일본도 통화 완화 정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벌어진 탓이 크다.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한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직접 엔화에 투자하는 'TIGER 일본엔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일본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도 이어갔다. 하지만 이례적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 전문가들의 우려 … 엔화 투자의 불안감 

    주요 은행 투자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엔화를 매수보다는 하반기 통화정책 변화를 관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은행 PB부장은 "일본은행의 긴축 기대감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고 구조적 엔화 약세 요인도 있어 엔/달러 환율이 크게 내려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엔/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150엔 안팎에서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B은행 PB 역시 "엔화를 매입하면 이율이 없기에 나중에 되팔 때 환차익을 제외하고는 보유하는 동안의 이자가 없고 엔화 상승이 상당히 불투명해 그 시점을 알기 어렵다"며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C은행 PB팀장 역시 "지금처럼 달러 가치가 강하게 유지되는 경우 일본은행이 현재의 제로금리를 벗어나거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화가 지하 속 지하, 끝을 모르는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어 환차익을 기대하는 심리가 키코(Knock-In Knock-Out) 사태를 넘는 큰 손실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엔화 투자 피해액은 키코 피해액에 육박한 상황이다. 

    키코는 지난 2007년부터 국내 은행들이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환헤지 통화 옵션 상품이었다. 환율 변동 위험을 줄여 이익을 내거나 손실을 방지할 수 있지만 환율이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게 될 때는 문제가 커진다. 

    결국 엔화 투자와 관련해 '물타기'를 해야만 상황에 몰렸지만 손실액만 커질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D증권사 연구원은 "엔화 가치 안정을 위해서는 결국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당국 개입이 예상되지만 급격한 엔고도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