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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대학생활 시기에 해외 봉사활동을 계획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다수 대학생의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대학생 해외 봉사활동은 타 문화를 체험하고 공동체 의식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매번 기업·NGO 등에서 모집 공고가 나올 때 마다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모은다.
기간 중 겪는 다양한 시행착오, 팀원들과 협력으로 일궈낸 작은 변화들이 봉사단원 스스로의 가치를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해외봉사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신과 봉사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멘토단, 워크숍 등이 마련돼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반면 높은 취업난 속 스펙쌓기를 위해 순수한 봉사활동이 아닌 '나를 위한 봉사' 혹은 해외 여행을 위한 '귀족 봉사활동'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예 인원을 선발해 해외로 떠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대학생 해외 봉사활동의 명암과 생생한 체험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註>
기자는 대학생 시절인 지난 2010년 7월 세계적인 문화교류 프로그램인 '국제워크캠프(IWO, International Workcamp Organization)'에 참가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체로 타나로(Cerro Tanaro)'로 향하는 길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밀라노 공항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2시간 가량 달리다 보니 피에드몽(Piedmont)주 남부에 위치한 소박한 시골 마을이 눈앞에 펼쳐졌다.
로마나 밀라나와 달리 유명한 유서깊은 화려한 성당이나 관광지, 상점은 찾아볼 수 없었고 외지인이나 관광객의 발길도 거의 닿지 않은 전형적인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이었다. 드넓은 평지와 타나로 강,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같은 풍광을 자랑했다.
유럽으로 봉사활동을 떠나면서 '놀러가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고 어린 마음에 내심 그걸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늦은 오후 숙소에 도착하니 한국,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일본, 터키 등 6개국에서 1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 중 한국 사람은 기자를 포함해 2명이었다.
봉사자들은 저녁을 함께 먹고 자기 소개를 한 뒤 앞으로 어떤 봉사활동을 펼치게 될지에 대해 정보를 공유했다. 유럽 현지에서 어떤 봉사활동을 하게 될지 모두 기대와 궁금증에 부푼 채 공동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
아침식사 메뉴로는 이탈리아 비스킷과 누텔라 초콜릿 잼, 이탈리아 국민 커피 주전자 '비알레띠'로 끓여낸 에스프레소가 나왔다.
숙소에서 차로 20분을 달려 이탈리아의 따뜻한 햇빛을 받고 무럭무럭 자란 나무가 울창한 시립공원에 도착했다.
봉사자들이 맡은 주된 임무는 시립공원 내 울타리(펜스)를 설치하는 활동이었다. 공원 곳곳에 펜스를 설치하고 사람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쌓인 잎사귀를 치우다 보니 강렬한 이탈리아 햇빛에 온 몸이 타들어 가는 듯 땀이 뻘벌 흘렀다.
햇빛이 가장 뜨거운 정오에는 모두 봉사활동을 잠깐 멈추고 숙소로 간다. 점심으로 이탈리아 할머니가 해주는 파스타를 먹고 해가 지기 전까지 다시 보수 작업을 한다.
이탈리아도 시골엔 한국처럼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이주하고 마을에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만 남아있다. 보호가 필요한 공원에 펜스를 설치하고 숲 길을 정돈할 수 있는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이다.
봉사자들은 길을 만드는 팀과 펜스를 설치하는 팀으로 나눠서 번갈아가면서 활동했다.
시립공원은 원래 사람이 출입하는 전용 길이 없었던 곳으로 마을 사람들이 자주 길을 잃기도 하고 다치기도 해서 길을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 시립공원에는 위험한 절벽도 있었는데 이러한 지역에 펜스를 설치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봉사자들 대부분 목재를 만져본 일이 거의 없어 일정한 길이와 높이로 펜스를 설치하지는 못했다. 자원봉사자 키에 맞춰 제각각 설치하다 보니 멀리서 보면 고르지 못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시골 주민들은 굉장히 만족해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난 저녁 시간에는 여러 국가에서 온 참가자들과 환경문제에 대해 논의 하는 등 문화적인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지역 행사에도 참가하는 등 현지 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문화가 다른 탓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서툰 영어와 바디랭귀지(body language)를 섞어가며 교감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서로의 문화 차이와 의견 차이에 대해 틀렸다고 지적하기 보다 열린 자세로 듣고 이해하려는 다국적 봉사자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약 2주 간의 봉사활동을 마친 뒤 시립공원에는 봉사자들이 직접 설치한 20m 길이의 펜스가 자리잡았다. 전문 인력이 설치한 게 아니다보니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나마 세계 환경과 주민 보호에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 14명의 자원봉사자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가져 온 기념품을 교환하고 모두 눈물을 흘리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기자가 준비해 간 한국 전통 비녀는 단연 인기 선물로 꼽혔다.
국제워크캠프 기간 동안 관광객이 아닌 봉사자로서 각국의 청년들과 해외 문화를 체험하면서 더 넓은 세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최근 유럽으로 장기간 배낭 여행을 떠나는 대학생과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행도 하면서 현지의 분위기와 해외 문화를 더 깊이 체험하고 싶다면 일정에 국제워크캠프를 포함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
워크캠프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청년들이 모여 2~3주간 함께 생활하며 봉사활동과 문화교류를 하는 100년 역사를 지닌 국제교류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지난 1920년 1차 세계 대전 이후 마을 재건을 위한 평화운동으로 시작한 국제워크캠프는 현재 전 세계 국제자원봉사활동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이 폐허가 되고 사람들이 절망에 빠졌을 때 어느 스위스인의 주도로 유럽 각국의 청년들이 모여 프랑스 마을 복구를 위해 힘을 합쳤다. 이는 '국제자원봉사(IVS)'의 전신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다시 폐허가 됐지만 국제자원봉사의 적극적인 참여로 노약자, 아동 등에 대한 사회복지 활동을 활발히 하며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한국에서는 1999년부터 국제워크캠프기구가 설립돼 한국청년들과 전 세계 청년들의 교류가 시작됐다. 한국 국제워크캠프 프로그램은 사단법인 '더나은세상'에서 진행하고 있다.
2017년까지 한국에서는 200개 이상의 워크캠프가 열렸고 1600명 이상의 외국인 참가자가 한국에 왔다. 한국 청년은 약 2만2000명이 19년간 87개국의 워크캠프에 참가했다.
국제워크캠프는 프랑스 파리 UNESCO 본부 소재 국제자원봉사조정기구(CCIVS, 1948년 설립) 부회장 기관으로 국내 유일 국제워크캠프 전문기관이다.
국제워크캠프는 전세계 87개국에서 운영하며 프로그램 당 2주에서 3주 동안 활동한다. 봉사활동은 하루에 4시간에서 8시간 동안 일주일에 5일에서 6일 간 참여한다. 다국적 참가자 10~15명이 한 팀이 돼 봉사활동을 펼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