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소형 광고대행사, 업계 불황에 위기감 고조이루다크리에이티브 갑작스런 폐업에 직원, 협력사 피해 커져"버틸 힘 없는 중소형 광고대행사, 위기 가속화 될 것" 우려
  • ▲ ©이루다크리에이티브
    ▲ ©이루다크리에이티브
    국내 중소형 광고대행사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에 버틸 힘이 충분치 않은 중소규모 대행사들이 속속 무너지면서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브랜드브리프 취재 결과, 광고대행사 이루다크리에이티브는 최근 전직원에게 일방적인 퇴사 통보를 한 뒤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호 이루다크리에이티브 대표는 지난 2일 새벽 2시경 전사 메일을 통해 "11월 30일자로 전직원 퇴사 처리하며, 회사는 파산 신청에 들어간다"고 알리고 회사를 폐업했다. 이후 김 대표는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채 자취를 감췄다.

    이루다크리에이티브의 한 직원은 "회사 상황이 어려운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 광고주 미팅도 진행했던 만큼, 이렇게 일방적으로 퇴사 통보를 받게 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퇴사 통보를 받은 뒤 지금까지 회사 대표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루다크리에이티브에는 약 3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월급과 퇴직금 등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고용노동부에 회사를 신고했으며 소송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은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했을 때, 소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허탈해했다. 

    회사의 갑작스러운 폐업은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에도 금전적 피해를 미쳤다. 

    이루다크리에이티브와 공동 작업을 진행했던 한 대행사 측은 "지금 광고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갑자기 파산 신청을 할)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PT 비용과 제작 비용 등 이루다크리에이티브로부터 정산 받지 못한 피해 금액이 있다. 당장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기다리는 것밖에 없어서 답답하다"고 전했다.

    국내 종합광고대행사 A사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루다크리에이티브와 공동 작업을 진행한 건에 대해 지난 7월 정산을 모두 완료했지만, 이루다크리에이티브가 해당 금액을 다른 협력업체에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A사 측은 "이미 정산이 모두 완료된 상황이며, 현재는 이루다크리에이티브 측과 진행하고 있는 건이 없어 관련된 부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 ▲ 이루다크리에이티브 본사가 위치해있던 강남구 신사동의 한 빌딩. ©유다정 기자
    ▲ 이루다크리에이티브 본사가 위치해있던 강남구 신사동의 한 빌딩. ©유다정 기자
    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이루다크리에이티브 본사는 이미 문을 닫고 회사 명패 등 기존의 흔적을 모두 없앤 상태였다. 건물 경비원은 "이미 회사 간판도 내렸고 사무실도 뺀 상태"라며 사진 촬영을 막았다.

    이루다크리에이티브의 갑작스러운 폐업 소식에 업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이 광고 산업 깊숙이 침투하면서 체질 개선이나 신규 투자, 인수·합병(M&A) 등에 여력이 없는 중소규모의 광고대행사들이 점점 더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광고 업계에 찬바람이 계속 불고 있다. 특히 소규모 대행사들은 대부분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제일기획이나 이노션 같은 대기업 계열 인하우스 에이전시들은 공격적인 M&A와 기술 투자 등을 단행하며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이들조차도 줄어드는 광고 물량 탓에 최근에는 단가가 낮은 경쟁 PT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중소규모 대행사들과 경쟁한다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소 대행사들의 씁쓸한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도미노 현상처럼 대행사의 위기가 가속화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자세한 얘기를 듣고자 수차례 김태호 이루다크리에이티브 대표에게 전화와 문자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닿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