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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이용 문화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렸다.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이 공동으로 마련한 토론회에서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해수욕장 이용 문화 개선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플라스틱 몸살 앓는 해수욕장… 낚싯줄‧풍선도 가세국내외에서 해양 쓰레기 문제가 주목받은 것은 1970년대부터다. UN은 2017년부터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포장재, 미세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016년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의 해안 쓰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바닷가 쓰레기 중 가장 비중이 큰 품목은 페트병과 병뚜껑이다. 과거엔 밧줄 등 수산업 도구 비중이 가장 컸으나, 최근엔 일반 쓰레기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낚시 쓰레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풍선(풍등) 날리기 행사도 바다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바람 빠진 풍선이나 풍등이 해수면에 가라앉아 떠다니기 때문이다. 해수욕장 내 흡연과 폭죽 문화에 대한 관리도 강화돼야 한다.
이종명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소장은 “낚시 쓰레기 문제가 앞으로 더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 환경 보전을 위해)풍등 날리는 이벤트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충청남도는 해양 쓰레기 처리 예산으로 연간 총 66억 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수욕장이 많은 태안군의 경우, 해양 쓰레기 발생량이 월 평균 630t에 달했다.
정종관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수욕장 쓰레기가 늘어난 지역은 관광객이 줄어 결국 지역 주민 소득이 감소된다”고 지적했다.
◇“내가 버린 쓰레기 내가 치우자” 인식 개선이 최우선
이번 토론회는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이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다음은 토론 내용 요약이다.
김정순 부산광역시 해운항만과 주무관= “올해 부산 해수욕장 관련 민원의 90%가 쓰레기 문제였다. 이에 부산시는 쓰레기 되가져오기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의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어르신들은 쓰레기를 갖고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젊은층은 오히려 ‘(해수욕장에)쓰레기통을 왜 더 많이 만들지 않느냐’고 하기도 한다. 인식 전환을 위한 공익 광고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정진회 강원도 해양항만과 사무관= “강릉 경포해수욕장 쓰레기는 지난해 85t, 올해 94t 각각 발생했다. 올해는 낮보다 밤에 피서객이 많았다. 미화원들이 새벽, 낮, 밤 총 3교대 작업해 해수욕장을 청소했다. 올해 약 9억 원이 해수욕장 쓰레기 청소에 투입됐다. 쓰레기를 되가져가야 한다는 성숙한 의식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일회용품 사용도 절제해야 한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해수욕장 입욕 시간 뿐 아니라 백사장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쓰레기 감소에)효과가 있을 것 같다. 해운대의 경우 밤에 백사장에 앉아서 술을 마시곤 하는데, 음주가 가능한 구역과 불가능한 구역을 나눈다면 어떨까. 또한 지역의 유휴 인력을 동원해 해수욕장 쓰레기 분리 배출을 도우면 좋겠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한국산 천일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어제 보도됐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접근법을 정리해야 한다. 단순히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다 쓴 일회용 컵을 도심에 버리는 것과 해변에 버리는 것은 행위의 무게가 다르다. 쓰레기 관리가 잘 되려면, 쓰레기통을 많이 설치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 쓰레기 유발 부담금 등 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시민들이 해양 쓰레기 문제의 피해자에서 ‘해결사’로 나서야 할 것 같다. 권역별로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그룹’도 구성돼야 할 것 같다. 행정과 NGO가 협업해야 한다. 해수부가 이번 토론 같은 행사를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열었으면 좋겠다.”
서우락 해양환경공단 해양정화팀장=“쓰레기 발생 감소를 위한 장비를 개발하고 인력을 투입해서 직접 수거하는 방식도 적용해야 하겠지만, 우선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가 중요하다. ‘쓰레기를 버리면 누가 치워주겠지’ 하는 식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를 하면 좋지 않을까. 금연 광고처럼 강력하게 하는 게 어떨까.”
김남원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 사무관=“해수욕장에 쓰레기가 많다. 해수욕장 관리를 위한 법이 제정되어 있으나 관리 인원 부족 등 여러 여건상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예산 지원 등을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상길 해양수산부 혁신행정담당관은 “최근 해수욕장 쓰레기에 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이번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 토론에서 제안된 사항을 수렴하는 한편, 호응도를 고려해 추후 동일 주제의 후속 행사 등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