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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60조원의 재계 6위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행보가 너무 초라했다. 정부의 부름에 평양행에 동참하긴 했지만, 대기업 총수들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이재용, 구광모, 최태원 등 재계 총수에게 집중됐다.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의 관심을 받는 포스코 회장이지만, 이번엔 그 공식이 적용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함께한 이들의 무게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 자리에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총수다.
그런 까닭에 이들의 말 한마디에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해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방북단에서 드러난 포스코에 대한 무관심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8일 이후 평양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주목했다. 특히 최 회장이나 포스코에 대해 언급된 내용이 있나 유심히 살펴봤다.
이번 방북 기간 최 회장이 주도적으로 나온 기사는 거의 없었다. 재계 총수들 행보를 다룬 기사에 최 회장이 언급되긴 했지만, 단 몇 줄에 불과했다.
심지어 백두산 등 주요 방문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경제인들'이란 사진 속에도 최 회장은 찾아볼 수 없다. 이쯤되면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게 아닐까란 의심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어떤 기업보다 열심히 남북경협을 준비해 온 포스코다. 그 중심에는 최정우 신임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직후 그룹 내 대북 TF팀을 꾸릴 정도로 남북 경협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정부가 조금 더 배려했더라면,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를 어필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최 회장은 방북 전날 기자들과 만나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보고 오겠다"고 했다. 평양행을 마치고 어제 서울에 도착해선 "많이 보고 많이 구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 그 구상에 시선이 쏠린다. 최 회장은 앞서 남북경협이 시작되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이 포스코라고 단언했다.
최 회장은 앞서 북한에서 인프라가 필요할 경우, 포스코건설을 통해 지원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이 대목에서 그가 언급한 구상에 대해 대략적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최 회장에겐 열악한 북한의 도로사정이 가장 먼저 눈에 띄였을 것이다.
간접적으로 경험했을 터지만, 이번 방북을 계기로 인프라 구축에 대한 확신이 생겼을 거라 생각한다. 따라서 향후 북한의 철도 및 도로건설 사업에서 포스코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매순간 일정에 쫓기는 포스코 회장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구상의 여유가 마련된 셈이다.
비록 이번 방북단에서는 뒷전으로 밀렸지만, 향후 대북사업에서는 그 어느 기업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포스코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