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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훈풍으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된 부동산신탁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수탁고는 사상 최대 기록을 지속 경신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으며 금융당국의 신규 인가 결정으로 '레드오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부동산신탁 수탁고는 233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부동산신탁 수탁고는 2013년 147조원에서 2014년 153조원, 2015년 171조원, 2016년 187조원, 지난해 215조원 등으로 꾸준히 커졌다.
지난해 전체 신탁재산은 8.3% 증가했지만, 부동산신탁 재산은 14.8% 뛰었다. 또 올 상반기에도 부동산신탁 재산의 수탁고 증가율(8.4%)은 전체 신탁재산(5.8%)을 웃돌고 있다.
신탁 규모가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면서 신탁사들의 영업성적도 고공비행 중이다.
부동산신탁사 11곳은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흑자를 기록하고, 영업이익률이 50%에 달하면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개사의 총 영업이익은 6719억원으로, 2013년 1651억원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2015년부터 3년간 순이익은 연 평균 31.6% 늘어났으며 신규수주는 연 평균 33.9% 증가했다. 신규수주의 경우 수익성 높은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 확대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지주(地主)로부터 토지를 수탁 받아 공사비 등을 자체 조달해 부동산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금융기관 의존도가 낮아 위험도가 크지만, 수익성은 높다. 차입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6.9%에서 42%로 급증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하강국면 진입으로 토지신탁 사업의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탁사 실적은 주택착공 물량과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다. 2015년 이후 서울과 광역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착공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신탁사들의 수주 감소와 그에 따른 수익성 저하 우려가 제기된다. 또 계약이 어그러져 공사가 타절될 경우 수수료수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신규분양시장 부진은 신탁계정대여금 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재무 레버리지 확대 및 유동성 저하 가능성도 리스크로 꼽힌다. 나아가 토지신탁사업 부실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사업비 투입 증가로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토지신탁 수주 확대는 수익창출력 제고에는 긍정적이지만, 자산건전성이나 자본적정성, 유동성 측면에서는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게 사실"이라며 "부동산 침체로 인한 수익성·자산건전성·재무안정성 저하 여부를 지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방의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에 미분양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의 경우 위험지역(화성·평택·오산·안성·울산·경남·경북·충남·충북·강원) 내 사업장 비중이 50% 안팎에 달한다.
정호섭 선임연구원은 "신탁사들이 지방을 중심으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다"며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어 신탁사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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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부가 10년 만에 신규 인가 방침을 밝히면서 부동산신탁 시장의 수익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위는 최근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부동산신탁업의 경쟁이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에 따라 이달 중 신규 인가 추진방안 발표와 함께 신규 인가 접수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연내 신규사업자 1~3곳에 대해 사업을 승인할 방침이다. 부동산신탁사업자는 현재 11곳으로, 2009년 이후 신규승인이 없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NH농협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 등이, 증권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대형사는 물론 KTB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부국증권, 신영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탁사 인가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증권 관계자는 "신탁사 신규 설립을 위해 내부 검토를 진행했고, 구체적인 인가 기준이 나오는 대로 별도 팀을 꾸려 준비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한금융의 경우 현재 아시아신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분 50%를 2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현재 3~4곳의 신탁사에 대한 내용도 검토 중이며 인수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자체 진출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신한금융 측은 "주도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으려면 5대 5의 지분율은 좀 아쉽다"며 "자체 진출도 배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존 신탁사들이 다져놓은 입지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직접 진출과 인수합병(M&A)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력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레드오션'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여물지 않은 산업에 대형 증권·금융사가 영업을 확대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레드오션 현상만 가속화한다"며 "지금은 부동산신탁 시장이 좋지만, 현 정부의 잇단 규제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업체의 추가 진입을 허용하는 것은 신탁업계 부실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신탁 A사 관계자는 "시장 크기를 키울 수 있는 플레이어들의 진입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무분별하게 신규 플레이어들을 진입시킬 경우 중소형사들만 죽어나는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신탁업이 금융관리와 더불어 건축 현장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인력구조와 확실한 노하우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