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위반 제지한 사무장에 막말 등 갑질 의혹 제기명실상부 세계적 바이오기업 오너로서의 태도 아쉬워
  •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연합뉴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연합뉴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기내에서 승무원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서 회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인천으로 오는 퍼스트클래스에 탑승한 뒤 이코노미석에 탄 직원들을 퍼스트클래스 전용 칵테일 라운지로 불렀고, 이에 규정위반이라고 제지한 사무장에게 막말을 했다는 것.

    또 서 회장이 여승무원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으며 라면을 일부러 3차례나 다시 끓이도록 갑질을 했다는 내용이다.

    셀트리온은 즉각 입장문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서 회장의 투박하고 진솔한 성격에서 비롯된 소통의 차이"라고 언급했다.

    셀트리온이 해명한 서 회장의 성격에 대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서 회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투박하고 거침없는 성격이 지금의 셀트리온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창기 셀트리온에 대해 전문가들 조차 수많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결국 서 회장은 자신의 뚝심이 옳았음을 증명하며 셀트리온을 명실상부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강자의 자리에 올려놨다.

    그래서 서 회장의 이번 갑질 의혹은 더욱 아쉽다. 셀트리온은 시가총액 4위 기업인 동시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국가대표격 기업이다. 그래서 셀트리온의 행보, 서 회장의 말 한마디에 무게감이 더해진다.

    서 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기업을 기존 대기업과 다르게 우리나라 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바 있다.

    숫자로 매겨지는 성과만이 자부심이 될 수는 없다.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오른 만큼 오너도 그에 걸맞는 말과 몸가짐이 필요하다.

    서 회장의 투박한 스타일은 회사 내부에서도 잡음이 새어나온 적이 있다. 지난해 한 여직원이 남성 임원과 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지면서 느낀 불편함을 사내 고충상담실에 털어놓자, 서 회장이 모든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해당 여직원에게 당시 일을 얘기토록하고 남성 임원에 대한 징계를 알린 것이다.

    서 회장 나름대로는 재발방지 차원의 대처였겠지만 해당 여직원에 대한 배려없는 행동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좀 더 세심한 방안을 고심했어야 했다.

    이번 갑질 의혹에 대한 셀트리온의 해명도 아쉬움이 남는다. 서 회장이 직원들을 퍼스트클래스 전용 칵테일 라운지로 부른 것이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평소 서 회장이 이코노미석에 탑승하는 직원들에게 매우 미안함을 갖고 있었고 미안함을 표시하기 위한 티타임을 갖는 것이 회사 관례라는 설명이다. 사적으로 미안한 감정을 굳이 퍼스트클래스로 불러 전달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를 본 승무원들이 당시 셀트리온 임직원들에게 "회장님이 직접 직원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이 부럽다"는 언급까지 했다는 다소 불필요한 해명도 담겼다.

    이쯤되니 논란에 대한 논리적인 해명보다는 회장님 찬양 수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 반열에 오른 기업의 입장문이라기엔 어쩐지 낯 간지럽게 느껴지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탓만일까.

    2002년 직원 2명으로 출발한 셀트리온은 직원 1500명을 보유할만큼 규모가 커졌을뿐 아니라 전세계 바이오시장의 선도역할을 할 만큼 성장했다. 괜한 오너의 구설수가 그간 셀트리온이 이룩해온 성과에 티끌만한 오점도 남기지 않도록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