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거래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거래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환율 방어에 실패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 이러한 침체가 장기화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을 거란 우려도 부자연스럽진 않다"

    한국 경제가 끝없는 경기침체 속에서 세수부족, 고관세, 투자위축, 청년실업 등 각종 대내외 리스크를 맞이한 가운데 고환율이라는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구원 투수로 본격 활용하며 한때 1470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1480원대를 넘나들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 인터뷰에서 고환율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한국의 매력도 저하를 꼽았다. 한국의 재화와 서비스 그리고 금융자산을 충분히 구매하려 한다면 달러를 공급하고 원화를 사고자 하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원화 값이 싸졌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한미 간 금리차도 중요한 변수로 거론했다. 한국 금리가 낮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유지될 수 없는데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를 상승시키고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현세대가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정부는 소비위축을 두려워해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국가가 주도해 특정 주가지수를 목표치로 삼는 것은 젊은이들의 영끌과 빚투를 유발해 일본의 '버블 경제' 국면으로 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줄고 올해 성장률이 0%대로 예견되는 등 경제 전반에 위기의 그늘이 짙어지는데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외려 치솟으며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조 교수는 기업은 법인세 인상이라는 추가 부담까지 맞닥뜨리게 되면서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켜 경제 모멘텀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수 확충을 이유로 성급히 법인세를 올리기보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세수 기반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다음은 조동근 교수와 일문일답.

    -원달러 환율이 1481원을 웃돌며 영업장에선 1500원대를 넘나들고 있는데.

    "원달러를 비롯한 우리나라 환율이 오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화와 서비스 그리고 금융자산을 충분히 구매하려 한다면 달러를 공급하고 원화를 사고자 할 것이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원화 값이 싸진 것이다."  

    -환율을 낮추는 방안과 함께 현 정부의 환율 정책을 평가해달라.

    "한미 간 금리차도 환율에서 중요한 변수인데 우리나라는 금리가 낮아서 원화 가치가 유지되기가 힘들다.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서 우리나라는 재정을 팽창시키고 있고, 앞으로도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물가 상승 요인이 커지고 원화 가치를 떨어트리는 부작용에도 한몫할 수 있다."

    -고환율 여파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피해가 있을까?

    "통상적으로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10분의 1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원유나 곡물을 비롯한 수입물가가 상승하면 장바구니 물가를 상승시켜 국민 부담을 체감케 할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국가데이터처 물가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생활물가는 3% 가까이 올랐다."

    -이재명 정부가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수도권 집값은 오히려 상승세인데.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위축을 두려워해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신규 주택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도 여의치 못해 집값이 오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 통계 작성에서 주거비가 '인플레이션 항목'으로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 즉 통계에서 인플레이션이 실제보다 저평가돼 있단 얘기다. 이를 현실화시켜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 

    -집값 급등에 금리 인하도 지체되면서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환율과 집값 문제로 금리를 내리지 못하면서 국채 금리는 오르는 반면, 사내 유보금이 적은 중소기업은 고스란히 그 피해를 보고 있다. 현시점에선 금리정책의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고환율·고관세라는 이중고를 겪는 기업들이 법인세 인상 리스크까지 겪게 됐다. 청년 고용불안으로 확장될 가능성은?

    "법인세율 인상은 최악의 수다. 세율을 올린다고 해서 법인세수가 늘어난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최근 법인세수 감소는 낮은 세율 때문이 아니라 대외경제 여건 악화로 인한 기업 실적 부진이 주된 원인이다. 

    이번 세율 인상으로 안 그래도 힘든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청년 쉬었음 인구가 역대 최악인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더 줄일 가능성도 있다. 이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역행하는 것이다. 기업 투자가 줄면, 고용이 좋아질 리 없다."

    -재정건전화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현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확장재정기조는 YOLO(한 번 사는 인생 제대로 즐기자)와 다름없다. 즉, 현세대가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세수 결손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현금을 퍼주면서 이를 민생회복 지원금이라고 명명하니 경제가 건강할 리 없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재정준칙을 도입해 국가부채를 관리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과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제2의 IMF 외환위기, 과거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냔 우려도 거론된다.

    정부 주도로 '코스피 5000 시대 개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외치는 것 자체가 문제다. 특정 주가지수를 목표치로 삼는 것은 젊은이들의 영끌과 빚투를 유발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올해 성장률이 0%대로 예견되는데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외려 치솟으며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

    실물 경제와 자산 시장이 '악어의 입'처럼 갈수록 벌어지면서 '일본식 버블 경제'로 들어설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장기침체 국면에 빠져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을 거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또 환율 방어에 실패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