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다 낫다"… '포스트 차이나'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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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시장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베트남이 잠재력이 큰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너도나도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조현준 효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베트남을 찾는다. 지난 2011년 베트남 방문 이후 7년 만으로 다른 기업들보다 다소 뒤늦게 베트남 시장 진출에 합류한 것이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다음달 5일께 그룹 내 항공 부품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해외 현장 방문은 지난해 12월 중국 한화큐셀 방문 이후 1년 만이다.
특히, 김 회장이 이번에 7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하는 건 의미가 크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이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맞물려 베트남에서 투자를 늘리는 등 순항하자 한화도 이번 방문을 계기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으로 재계는 분석한다.
한화보다 한 발 앞서 베트남 공략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그 중에서 효성은 조현준 회장의 글로벌 경영전략을 토대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베트남 시장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 회장은 올 초 베트남에서 응우옌쑤언푹 총리를 만나 사업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효성은 베트남 남부 바리아붕따우성에 총 13억 달러를 투자해 폴리프로필렌(PP) 공장과 이를 위한 탈수소화 공정(DH) 시설, LGP 가스 저장탱크 건립 등에 대한 투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중부 광남성 땀탕공단 내 제2공장 부지에 1억5200만달러 규모의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타이어코드 생산설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재계 1위인 삼성도 베트남에 대한 사업 확대 의지를 나타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말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만나 "베트남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투자를 지속하겠다"며 "현지에서의 R&D를 확대하는 한편, 베트남 협력사들과 거래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달 초 베트남에서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두번째 만남을 가졌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와 환경문제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첫 면담에서는 베트남의 미래 성장전략과 연계한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현지 투자도 단행했다. SK그룹은 지난 9월 베트남 대기업인 마산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약 5264억 원)에 매입했다. 이후 마산그룹과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 사업 발굴과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재계가 베트남을 주목하는 이유는 베트남의 성장가능성이 높고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에 이어 2대 수출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베트남이 우리나라와의 교역액 1000억 달러(약 107조원)를 돌파했다. 베트남은 2014년 우리나라의 6위 수출 대상국이었지만 지난해에는 홍콩을 추월해 3위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우리나라가 베트남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8.5%에서 지난해 22.1%로 대폭 늘어났다.
공산체제지만 친기업 정책을 유지하면서 경제성장률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6.8%로 전 세계 3.6% 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역시 6.7%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게자는 "베트남은 우수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 매력적인 투자지로 꼽히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투자도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