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스마트폰 전부문 수익성 악화맥쿼리 목표주가 반토막… 외인 한달내내 던져인원·비용 줄이기 매진… 일각선… '지속가능성' 의문도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가 전방위 부침을 겪고 있다. 주력인 반도체 부문에서 SK하이닉스와 대만 TSMC 등에 밀리고 있고, 스마트폰은 애플의 아성은 점차 굳어지고 있다.

    삼성 위기론은 어제오늘 불거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만큼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그동안의 위기론이 기술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아쉬움이 강했다면, 작금의 우려는 이대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를 속속 하향조정하고 있다. iM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4조6000억원에서 11조2000억원으로 23.3% 낮췄다. 신한투자증권도 13조2000억원에서 10조2000억원으로 22.6% 내려 잡았다. 김형태 수석연구원은 "예상을 하회하는 스마트폰 수요, 구형 메모리 수요 둔화, 비메모리 적자 폭 확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까지 우려 가중, 환율 영향, 일회성 비용도 수익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부쩍 떨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HBM 경쟁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주력 캐시카우인 D램 가격이 예상만큼 올라주지 못한 탓이다. D램 가격을 기준하는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달 0.5달러 하락한 2.05달러를 기록했고 선행지표는 2달러 선이 무너졌다.

    부문별로 반도체 부문(DS)에서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 규모 축소로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 Z폴드 시리즈 판매 부진과 부품 원가 부담 가중에 따른 모바일 부문 영업이익은 20% 안팎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비교적 사이클이 완만했던 디스플레이 역시 북미 고객사향 OLED 경쟁 심화로 수익성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 ▲ 삼성전자 모바일AP 엑시노스 2400.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에 자사 AP인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뉴데일리DB
    ▲ 삼성전자 모바일AP 엑시노스 2400.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에 자사 AP인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뉴데일리DB
    외국 자본이 평가하는 삼성전자 포트폴리오는 더욱 박하다. 지난달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겨울이 다가온다' 보고서의 타격이 가시기도 전에 나온 맥쿼리의 '반도체 비관론'은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맥쿼리는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 절반 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

    외국인 매도세도 그치지 않는다. 외인은 지난달 코스피 첫 개장인 2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2년 5개월여 만에 최장기간 순매도 기록이다. 17거래일 연속 외국인투자자가 던진 물량은 8조7592억원에 달한다. 맥쿼리는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가) D램 1위 공급업체 타이틀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원 감축하고 비용줄이고… 허리띠 죈다고 될까

    삼성전자 위기론을 바라보는 업계에서는 스스로 돌파구를 내놓지 못하는 현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하반기 양산을 공언했던 HBM3E 12단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빼앗긴 상황에서 이렇다 할 계획은 내놓지 못한 채 사업영역만 줄줄이 줄이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순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69조원이다. 반면 지난해 DS부문에서 입은 영업손실은 14조8000억원이다. 현재 위기가 계속되면 거액의 자금을 보유하고도 서서히 고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와 내년 초 예정된 행사들을 잠정 연기하고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연말 개최 예정이던 '반도체 50주년' 행사는 백지화됐고, 관계사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글로벌 파운드리 행사 일부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사업 부진 속 비용절감 등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파견 인력을 일부 철수시키는 등 인력 조정에도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삼성전자가 동남아·호주·뉴질랜드에서 직원 상당수를 해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인도와 남미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10% 안팎의 인력 감축이 실행 중이라고도 설명했다. 로이터도 "연말까지 영업 및 마케팅 인력 15%, 행정 직원 30% 감축을 지시했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노력에도 위기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6만원이 무너진 5만9900원까지 하락했다. 6만원 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한 비용절감으로는 현상황을 돌파할 수 있느냐는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영진들이 구체적인 타개책과 장기적인 성장 메시지를 직접 가져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