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민주당 간담회서 유일 빨간 타이이재명 등 민주당 인사와 박승희-이형희 경총 회장단 21명 모두 푸른 계열앞서 지난 여름 국힘 찾았을 때는 블루계열 타이 매기도노련한 손 회장의 '의도가 담긴' 시그널 해석
-
85세 노(老)회장님의 패션 센스(?)가 여의도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주인공이다. CJ그룹 회장인 그는 1969년 삼성전자 창립에 기여한 재계 큰 어른이다. 경총 회장 이전에는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며 재계와 정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손 회장은 11일 경총회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이날 참석한 인원은 총 22명.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를 비롯해 진성준 당 정책위의장, 안호영 국회 환노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 8명이 참석했고, 경총 측에서는 손 회장과 13명의 회장단이 자리했다.이날 손 회장은 유일하게 붉은색 계열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네이비색 타이를 맨 이 대표를 비롯해 나머지 모든 참석자들은 푸른색 계열인 것과 대비됐다.파란색은 더불어민주당의 당색이다. 과거 초록색 계열 타이도 있었지만 이 역시 민주당 로고에 포함된 색이라 이질감은 없었다. 하지만 선명한 붉은색 타이를 맨 손 회장에게 단연 이목이 쏠렸다.간담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오고 가는 안건에 대한 손 회장의 의지만큼은 확고하다는 시그널을 넥타이색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재계 관계자는 "현직 경영진으로 꾸려진 경총 회장단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한 과감한 도발"이라며 "평소 경영계를 대표하는 손 회장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손 회장은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노동시장에 누적된 비효율적 규제들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설명하고 근로시간 유연화와 과도한 노조의 권한을 꼬집기도 했다.
-
그렇다고 손 회장이 '반反 민주당' 정치색을 드러냈다고 보긴 어렵다. 그는 지난 7월 노조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를 찾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파란색 타이를 맸다. 함께 한 인사들이 대부분 국민의힘 당색인 붉은 계열을 착용했지만 말이다.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재계 원로"라며 "노련한 손 회장의 의도가 담긴 시그널이 국회에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했다.